'시급은 1만원이고, 주중이든 주말이든 내가 일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 자회사인 VCNC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를 모집하자 1개월만에 무려 3000여 명이 몰렸다. 여기에는 최대 10시간까지 근무 가능하며, 근무 시간이나 요일을 본인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조건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타다 기사는 1조(오후 4시~오전 2시), 2조(오후 5시~오전 3시), 3조 주중(오전 7시~오후 5시), 3조 주말(오전 7시~오후 5시) 등 다양한 근무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 전업으로 일할 수도 있지만, 주중에 퇴근 후 일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승객 몇 명을 몇 시간 태우는 것을 대가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근무만 하면 시간당 1만원씩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택시 기사처럼 승객을 더 태워 돈을 벌기 위해 도로 위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타다 관계자는 "연극배우나 이모티콘 작가 등 본업이 있더라도 일거리나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세컨드 잡(부업)으로 운전기사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며 "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확정해야 하는 정규직·계약직·아르바이트 등 기존 노동시장 카테고리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타다] |
◇ 모바일 플랫폼이 만든 새 일자리
타다 사례와 같이 ICT 혁신과 함께 등장한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기존보다 새롭고 유연한 형태의 일자리가 늘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 일자리다. 본업으로 해당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과거에도 단기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은 존재했으나, 스마트폰 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이나 서비스가 손쉽게 거래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말)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맥킨지는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오는 2025년 2조7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일자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타다에 지원한 기사의 60% 정도가 30대다.
국내에선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ICT 기반 이동 서비스 제공) 플랫폼 중심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성되고 있다. 카카오가 출퇴근 승용차를 함께 탈 수 있는 '카카오T카풀' 상용화에 앞서 지난달 16일 진행한 기사 모집에는 최근까지 4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사로 등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서울 지역 택시 대수 7만 여대의 60%에 달하는 카풀 기사가 운행 준비를 마친 셈이다"며 "출퇴근 길에 카풀 기사로 돈을 벌려는 직장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쿠팡이 지난 8월부터 선보인 단기 파트타임 택배 '쿠팡 플렉스'도 긱 이코노미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는 택배 노동자가 자신의 일정에 따라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개념이다.
특히 자신의 승용차를 배송차량으로 활용해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택배가 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밖에 펫시터 중개 서비스 '도그메이트', 반려견 케어 플랫폼 '워키도기' 등도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다. 도그메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으면 고객의 집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집에서도 동물을 돌볼 수 있다. 또 워키도기를 통해 일자리를 찾은 사람의 70%는 여성이고 그중 절반은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한다.
전문적인 인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금융·대정부·언론·홍보·투자·신사업·벤처 등 다양한 분야 전·현직 전문가에게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컨설팅을 맡기는 '프로파운드'에는 전문가 인력이 작년 말 기준 6만명이나 몰렸다.
▲ '카카오 T 카풀' 운전기사 모집 포스터 [자료=카카오모빌리티] |
◇ 장점 많지만, 고민할 점도…
모바일 플랫폼이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가 노동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추가적인 수익수단이 되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직장의 안정성이나 정규직에 준하는 복지 등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예컨대 프리랜서 기사로 일하는 경우 4대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나아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투잡'에 따르는 건강 문제도 사회적 관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기사 모집에 수천 명이 몰리는 현실과 앞으로 이런 일자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사전에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이런 우려를 반영해 자체 개선안들이 나오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이륜차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의 경우 운전자들의 도로법규 준수를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정부 관련 기관과 연계한 보호장구 지급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ICT를 활용, 새로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 노동자를 양질화하려는 움직임이 정부와 국회에서 진전되고 있다"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보면 피보험자격을 이중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것이 허용되면 플랫폼 노동자가 고용보험 등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