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인터넷기업협회] |
"네이버가 이런 말 해서 죄송합니다만, 개발자 확보하는 게 현실적 어려움입니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저희 회사에서 뺏어가시면 안 됩니다."(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5일 밤 서울 강남구 넥슨 아레나에서 개최한 '2018 인터넷 기업인의 밤' 행사에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대표들이 개발자 부족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시작은 이랬다. 이날 진행된 토크 콘서트 사회자인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이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게 내년 사업 계획과 고민을 묻자 "지금 사업을 시작해서 3~5년 지속 투자해도 수익이 될지, 시장이 있는지도 모르고 들어가는 곳이 많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게 인터넷 산업"이라며 "따라서 한국에서 3~5년 하는 것보단 글로벌 시장에 가서 또 하나의 유저(사용자)를 확보하는 구조를 짜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한 대표는 "저도 대표를 한지 2년이 되는데, 서비스 개발이나 디자인 등 특정 영역에서 잘해서 경영진까지 올라오면 경영이 무엇인지 훈련이 덜 됐더라"며 "이런 훈련을 좀 더 빠르게 하고 대표로서 하는 판단을 사내에서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구조를 짜고 있다"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러려면 내부의 체질 바꿔야 하는 게 큰일이라고 보고, 창업자 DNA를 심어보자며 모두가 대표가 되는 흐름"이라며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 제도 적용을 더욱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동영상과 네이버페이 사업 부문을 CIC로 출범시켰다. 2015년에 처음 도입한 CIC 제도는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인사, 재무 등 조직운영에 필요한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2015년 네이버웹툰에 이어 올해 초에는 서치앤클로바(검색), 아폴로(UGC) 조직이 CIC로 독립했다. 밴드와 카페 등을 담당하는 그룹 커뮤니티 서비스 전문 조직과 글로벌 지역정보, 쇼핑 관련 조직 등도 CIC가 됐다.
한 대표는 "글로벌 진출의 난관은 언어 문제도 크고, 나라별로 다 이해하기도 어렵다. 멀리는 프랑스도 있는데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한국에선 알기도 어렵다"며 "개발은 한국에서 하지만 운영과 사업은 해외에서 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큰 현실적 어려움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구글)는 5만명의 개발자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하던데, 우리는 몇 명을 확보해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그런 고민을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개발자 직군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공감하면서 "저희에서 뺏어가시면 안 된다"고 농담을 건네며 "우리나라 개발자가 8만~9만명 정도인데 완전고용상태(취업을 원하면 모두 고용될 수 있는 것)라고 한다. 개발자들이 더 많이 육성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의 고민은 대체로 잠재적 시장을 현실화하는 것에 집중됐다.
송금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내부 조사를 한 결과 2016년 기준 국내 금융 서비스 시장의 매출은 444조원 정도지만 온라인 비중은 2%도 안 된다"며 "토스는 아직도 간편 송금 앱으로 소개되는데, 금융의 모든 니즈(수요)를 해결하는 일종의 '원스톱 슈퍼 앱'이라는 인지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의 안성우 대표는 "저희 신입사원들에게 직방의 시장 최대치는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내는 임대료와 권리금의 합산이라고 설명한다"며 "부동산 전문 회사를 비롯해 시행사, 시공사,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동산 플랫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내년의 가장 큰 숙제"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선 김성준 렌딧 대표, 민경욱 아이티앤베이직 대표, 류준우 보맵 대표, 이한복 에버영코리아 본부장 등도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며 인터넷 기업으로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