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특징인 5세대 이동통신(5G)을 사무실 업무환경에 접목하면 어떤 모습일까.
20일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의 '5G 스마트 오피스'를 방문했다.
장관들의 이번 현장 방문은 지난 4월 한국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후 최근 100만 가입자를 넘어선 가운데 혁신성장 가속화 의지를 다지고 다양한 관계부처의 5G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장관들이 방문한 스마트 오피스는 사원증 없이도 출입구가 개폐된다. 딥러닝·영상분석 기술로 카메라가 얼굴을 빠르게 인식해 자동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사무실 입구에 있는 시스템을 통해 업무 성격에 적합한 좌석을 선택한 후 착석하며 업무가 시작된다.
좌석에는 별도 PC본체가 없고 도킹 시스템에 스마트폰만 꽂으면 작업하던 문서 등이 모니터에 열리게 되고, 기존 업무를 연이어 진행할 수 있다.
우편물이 도착하면 현재 좌석까지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로봇, 원거리 참석자들과 같은 화면을 보며 회의나 협업이 가능한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술도 제공된다.
장관들은 이처럼 스마트한 사무실을 구현해주는 5G 인프라에 대해 어떤 소감을 밝혔을까.
#보건복지부 #게임은 #질병이 #절대 #아니다 #다만…
"정말 왜곡된 말입니다. 게임은 절대 질병이 아닙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e스포츠와 K팝 공연 등 12개 채널을 한눈에 보고 원하는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매시브 멀티뷰'(Massive Multiview) 서비스 시연을 참관한 직후 이같이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시연 이후 "(장관들이) 게임 세대가 아니라 감흥이 별로 없는데, 젊은이 사이에선 대박이다"며 "보는게임(e스포츠)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금 복지부 장관 앞에서 그런 말씀 하시면, 질병이라고 지금…"이라고 말하자 다른 장관들도 함께 웃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새로운 질병으로 분류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정말 왜곡된 말이다. 게임은 절대 질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게임 중독은 문제이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시연을 모두 마친 뒤에는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자도 많아졌다. 여기엔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적응을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에 맞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 #아이들 걱정 #삶의 질 #공익성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청소년 교육 환경에도 5G가 접목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시연 후 "여기는 스마트한 환경에서 사무를 보지만, 학교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며 "아이들은 19세기, 20세기의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처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를 이끌 역량인 아이들에게 5G 환경이 신속히 제공되는 것을 도와주면 좋겠다"며 "인구가 줄어들고 농어촌에는 학생이 없어 폐교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미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혼자하는 수업이 아니라 여러 친구와 토론식 수업도 해야 하는데, 교실에 학생이 없어서 못한다"며 "5G와 VR(가상현실)로 토론식 수업이나 체험, 원격 수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부총리는 "5G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할 수 있겠다"며 "공공성과 공익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과제로 활요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자부 #국가 전체 업그레이드
산자부, 과기정통부, 공정위는 교육부와 복지부 보단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균형도 강조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동안 양적 성장을 했으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질적 도약을 해야 한다"며 "5G는 하나의 기술이나 통신 영역이 아니라 사회·경제 인프라로 깔린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장관은 이어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고 표준화를 이룩해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력을 높여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5G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생활과 산업 등 모든 현장에 접목시켜 국가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5G장관 #투머치토커 #초설명
'5G 홍보대사', '오지' 장관으로도 불리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주무부처 수장답게 이날 다른 부처 장관 앞에서 각종 5G 관련 설명을 쏟아내며 '실력 발휘'를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유영민 장관은) 설명 들으러 오신 게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유영민 장관이 시연장 곳곳에서 SK텔레콤 직원 설명이 답답한듯 추가 설명에 나서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 직원보다)더 설명을 잘하신다"고 평했고,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역시 오지 장관 맞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영민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5G는 과기정통부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지만, 앞으론 세계 최고가 되는 게 중요하다. 주요 부처 장관들이 이곳에 와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규제개선에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혁신과 포용 #LG전자는 어디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말을 최대한 아꼈다. SK텔레콤을 포함한 유료방송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추진되고 있어 기업결합 심사를 담당하는 부처 수장으로서 불필요한 발언을 피한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장소가 두가지 가치가 잘 조화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5G라는 최첨단 기술이 있으면서 동시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앞서 SK그룹이 지난달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주요 관계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SK그룹과 다른 기업도 정부도 혁신과 포용이 조화되고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는 점을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시연을 보니 TV 제품에 삼성전자만 있다"며 공정하게 해줄 것을 당부하자 박정호 사장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또한 이번 시연에 대해 "SK텔레콤 서비스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고, 업계를 대표해서 5G 생태계를 보였던 것"이라며 국내 5G 생태계 공생과 발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