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의 5G 속도 경쟁이 한풀 꺾인 듯 보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내 통신사들은 5G 속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첫 시작은 LG유플러스였습니다.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 속도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 '벤치비(Benchbee)'를 통해 서울 주요 지역 186곳에서 통신사별 5G 속도를 비교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빨랐다는 내용의 광고형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SK텔레콤과 KT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SK텔레콤은 속도에는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여러가지 척도가 있고, 이동하면서 측정하는지 한자리에 서서 측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단말기 종류, 건물 내외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쟁사의 테스트 결과를 5G 대표 품질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KT도 LG유플러스의 속도 측정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벤치비 측정은 고정 측정에 유리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5G에서는 벤치비를 통한 데이터 속도 측정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쟁사 고객 뺏기' 입니다. 이를 위해 통신품질이 가장 좋다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줘야 하는 것이 통신사들의 최대 과제입니다. 통신사들이 새로운 기술인 5G의 등장으로 서로 '5G에서는 우리가 1등'을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죠.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싸움은 무의미합니다.
킬러앱도 없고
사실 5G는 현재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중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습니다. VR이나 자율주행, IoT 등 많은 데이터 트랜잭션이 일어날 때 그 효용성이 더 커지겠죠. 하지만 아직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서는 그만큼 많은 데이터 트랜젝션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이미 LTE도 충분히 빠릅니다. 한마디로 5G를 위한 '킬러앱'은 없는 상황입니다.
5G는 이제 초기단계인데
통신사들도 언급하듯이 아직 5G는 미성숙 단계입니다. 전국망도 깔려 있지 않고, 5G 속도보다 LTE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있고, 5G와 LTE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지원금 등 덕분에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람들도 5G 기능을 해제하고 LTE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하고 보완하는 초기 단계에서 1위는 소비자들에게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1년 후 속도가 더 중요하겠죠.
측정 기준도 애매한 상황에서
SK텔레콤과 KT는 벤치비 측정을 믿지 못하겠다고 강조하고, LG유플러스는 벤치비가 국내 대표 모바일 속도측정 앱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LG유플러스는 고정된 장소에서 속도를 측정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이동하면서 측정하는 '드라이빙 테스트(Driving Test)'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통신3사가 아닌 외부 기관이나 정부에서 5G 속도 측정을 하면 그나마 공정성이 높겠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5G 품질을 조사할 만큼 네트워크 구축 수준이나 가입자 규모가 크지 않아 올해는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5G 속도 1등' 자체보다는 '현재 내가 있는 곳'의 데이터 속도가 중요합니다.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는 '서울 5G 속도 1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속도 1위가 무슨 소용
전 세계를 둘러봐도 우리나라가 5G 상용화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은데 벌써 1등을 논하기는 이릅니다. 커버리지를 포함한 품질 개선과 5G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5G 통신 소비자들은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면 안되는 이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