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도심에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인식해주는 정밀 측위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나아가 수집된 정보는 5G를 통해 클라우드에 접목시킴으로써 전국 어디서나 안정적 주행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측위를 제공, 자율주행의 현실화를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사물의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KT는 이를 위해 라이다 기반 정밀측위 기술인 '비전GPS(Vision GPS)'와 실시간 이동측위 위치정보시스템인 'GPS-RTK(Real Time Kinematic)'을 개발했다.
오차단위 센티미터로…'GPS-RTK' 개발
먼저 KT는 여러 위성을 비교해 오류를 파악한 뒤 데이터에 반영하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NSS)도 1~5미터의 오차가 있어 자율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오차 단위를 센티미터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것이 GPS-RTK(Real Time Kinematic)다.
KT 융합기술원 이원열 팀장은 "GPS 기술에서 오차는 파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데 GPS-RTK는 DGNSS에 비해 파장이 촘촘해 정밀하게 위치를 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 인프라 투자 없이 개발 성공
제주서 렌트카에 우선 적용
다만 GPS-RTK를 도입하기 위한 인프라 장벽은 만만치 않았다. GPS 정보를 생성·전송하는 기준국을 전국 단위에 설치해야 하는데다, 보정정보를 수집받는 수신기의 가격대가 높아 상용으로 보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문제였다.
이원열 팀장은 "초기 기준국 투자를 고민하던 중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이미 투자해놓은 기준국이 있어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기 문제는 "가격 절감을 위해 전용 칩을 넣는 대신 기존 칩을 소프트웨어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GPS 수신기를 구성했다"며 "소프트웨어 추가로도 전용 칩셋과 같은 성능을 내기 때문에 가격적으로 이득"이라고 부연했다.
KT는 지난 8월 GPS-RTK를 먼저 제주도에서 상용 적용했다. GPS-RTK 보정정보 인프라를 KT 네트워크에 적용, 소프트웨어 기반의 저가 GPS-RTK 수신기를 개발해 이를 제주 C-ITS 실증 사업에서 사용되는 3000대의 렌터카 차량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라이다 센서 더해 정확도 높인 '비전 GPS'
여기에 더해 KT는 도심지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고정밀 GPS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라이다 센서로 정확도를 높인 '비전 GPS' 기술도 개발했다.
비전 GPS는 라이다 센서와 고정밀 GPS를 결합해 위치를 측위하는 기술이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주요 센서 중 하나로, 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광선을 발사한 뒤 그 빛이 주위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와의 거리 등을 측정한다.
도심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 가능
날씨·조도 영향 없어 정확도 향상
고정밀 GPS가 개활지에서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만 건물이 많은 도심에서는 수신호가 건물에 반사돼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면, 비전 GPS는 라이다 센서와의 결합을 통해 GPS의 성능이 저하되는 도심지에서도 수십 센티미터까지 위치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전 GPS는 차량 이동시 라이다 영상에서 추출된 특징점의 변화를 인식해 이동거리와 위치를 산정한다. 시간 변화에 따라 인식된 객체(특징점)와의 거리 변화에 따라 이동 방향과 거리를 추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심지역의 3D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
이원열 팀장은 "비전 GPS는 별다른 데이터베이스 없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영상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며 "카메라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날씨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GPS가 끊어지는 터널에서도 패턴을 파악해 위치를 파악한다"고 첨언했다.
KT는 비전 GPS가 도심에서 어느 정도의 정확도를 나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 강남대로에서 정확도 검증을 진행했다.
테스트는 자체 제작한 정밀지도에서 비전 GPS기반 측위와 GPS기반 측위 성능을 비교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GPS는 도심에서 그 성능이 일정하지 않았으나, 비전 GPS는 전 구간에서 차선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정확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KT 측은 비전 GPS가 자율주행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GPS의 성능저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도심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경우 라이다 센서와 GPS를 모두 탑재하고 있어 추가적인 하드웨어 비용도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KT는 비전 GPS를 GPS-RTK와 결합해 연말까지 실증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KT가 보유한 자율주행차량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자율주행을 도심 지역까지 확대 운용할 계획이다.
KT 인프라연구소 이선우 소장은 "KT는 지난 수 년간 정밀 측위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비전 GPS 기술 개발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며 이 기술이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경우 모든 차량이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도심에서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