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이 단순 병원 내 서비스를 넘어 의료 행위에도 적용된다. 환자의 수술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전달해 전문 교수가 직접 진단하고, 5G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해 단순 반복 업무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수술 영상을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등 교육에도 확대 적용된다.
13일 KT와 삼성서울병원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5G 스마트 혁신병원'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양사는 5G 스마트 혁신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간담회는 협약 체결 후 성과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박인영 KT 융합ICT컨설팅담당(상무)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본관, 별관, 양성자센터 전부 5G 망을 구축해 모바일 업무 환경을 형성했다"며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없애 환자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KT는 삼성서울병원에 기업전용 5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업전용 5G는 허가된 사용자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의료정보를 다루는 병원의 특성상 적합하다는 것이 KT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KT는 기가스텔스 등 IP를 보이지 않게 하는 추가적인 솔루션도 도입할 예정이다.
양사가 병원 캠퍼스 내 구축된 5G 망을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과제는 ▲5G 디지털 병리 진단 ▲5G 양성자 치료정보 조회 ▲5G 수술 지도 ▲병실 내 AI 기반 스마트 케어 기버(Smart Care Giver) 구축 ▲수술실 내 자율주행로봇 등이다.
먼저 5G 디지털 병리 분석을 통해 병원 내에서 디지털 병리 진단과 의료 영상 조회가 가능해졌다. 기존 삼성서울병원에서 병리 진단 과정은 수술 중 떼어낸 조직을 병리과 교수가 분석하기 위해 도보로 20분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공간적 한계 때문에 다양한 병리과 교수들이 함께 분석하기도 어려웠다.
장기택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동결절편 검사(유방암 림프절 전이 검사)는 조직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이를 현미경으로 보면서 판독하는데 슬라이드 하나의 용량이 4GB(기가바이트) 수준이라 스캔해서 전송하기 쉽지 않았다"며 "5G를 통해 스캔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대용량 파일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5G를 통해 병원 내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환자의 치료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치료장비가 있는 양성자센터와 치료계획실이 위치한 암병원이 1km 떨어져 있다. 기존 의료진이 CT나 MRI등의 양성자 치료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파일을 다운받아 이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수술실 편의를 높이기 위해 5G 자율주행 로봇도 도입했다. 수술 시에는 감염물이나 의료폐기물 등이 반복적으로 대량 발생하는데, 이를 자율주행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고 비품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2차 감염 위험도 줄였다.
실질적 의료 행위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에도 확대 적용됐다. 기존 의과대학 학생과 수습 의료진은 수술 현장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에서 직접 수술이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5G 도입 이후에는 '싱크캠'을 통해 수술 중인 교수 시점 영상과 음성을 고품질로 실시간 제공해 강의실에서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준호 외과 교수는 "이전에도 좋은 카메라나 기술은 있었지만 너무 크고 비싸 의대생 교육용으로 계속 사용되기는 어렵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5G의 혁신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보편화"라고 부연했다.
KT와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5G 혁신 의료서비스 개발에 그치지 않고, 올해 5G 스마트 혁신 병원 구축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기획총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은 KT와 함께 검증이 완료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향후 환자, 의료진, 방문객 등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모든 고객에 대한 편의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도 "5G를 바탕으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이동성과 의료행위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더욱 나아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혁신병원으로 함께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