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해 웹툰, 쇼핑 등 꾸준한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다. 다만 일본 자회사 라인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이익은 줄었다. 올해 네이버는 기존 국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금융 분야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에도 힘쓴다.
'라인' 적자 영향 연간 영업익↓
30일 네이버는 2019년도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0% 성장한 6조5934억원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01억원으로 전년보다 24.7% 감소했다.
네이버 측은 "플랫폼 지속 성장에 따라 매출은 증가했으나, 라인 등 주요 자회사의 마케팅 비용과 투자 확대 등으로 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라인의 영업손실은 468억엔(약 5088억원)에 달했다. 전략사업 개발과 마케팅에 큰 비용을 투자하면서 지난 2018년 기록했던 순손실 37억1800만엔(약 404억원)보다 12배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이익 하락은 라인이 야후 재팬 운영사인 일본 Z홀딩스 주식회사와 경영 통합을 하게 되면 해결될 전망이다. 경영 통합 후 라인의 실적은 네이버 실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분할기일은 9월30일이다.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2월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 통합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번 통합으로 라인과 Z홀딩스뿐 아니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4개사 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4Q 전 부문 견조한 성장세
작년 4분기 매출은 1조7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 광고 및 비즈니스플랫폼 부문의 호조와 네이버페이, 웹툰의 고성장이 지속된 결과다. 다만 라인 비용 증가와 함께 연말 상여, 주식보상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7% 감소한 1734억원을 기록했다.
부문별 매출은 ▲광고 1718억원 ▲비즈니스플랫폼 7465억원 ▲IT플랫폼 1360억원 ▲콘텐츠서비스 699억원 ▲LINE 및 기타플랫폼 6632억원이다.
검색 서비스, 쇼핑 등이 포함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의 경우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최적화와 품질 개선, 쇼핑검색광고가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4% 성장했다. 광고 부문 매출 역시 네이버 모바일 인벤토리 증가와 단가 조정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오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네이버페이, 클라우드, 웍스 등이 포함된 IT플랫폼 부문 역시 네이버페이의 지속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8.9% 성장했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사업은 웹툰, 뮤직, 브이라이브(V LIVE) 등이 포함된 콘텐츠서비스 부문이다. 특히 웹툰의 경우 4분기 글로벌 월간 이용자수가 600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중 북미에서만 1000만명이 넘는 이용자수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미국 이용자의 75%가 Z세대인데, 이들은 미국 내 인구비중이 가장 클뿐만 아니라 콘텐츠 소비력이 왕성해 미국에서의 장기적 성장에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북미 지역 유료 콘텐츠 이용자수는 지난해 초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구매자당 결제 금액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60% 넘게 성장했다.
2020 키워드는 '금융·쇼핑·웹툰'
올해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영역인 테크핀 시장에 뛰어들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네이버쇼핑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이커머스 사업도 강화한다.
먼저 지난 11월1일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상반기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금융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대출 등 고관여 금융서비스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종합 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결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함으로써, 네이버 비즈니스 생태계의 지속 확장과 결제 규모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타 서비스와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웹툰의 경우 북미시장의 성공 케이스를 유럽과 남미 시장으로 확대한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라인웹툰의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버전을 출시한 바 있다.
한 대표는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현지화 경험을 토대로 국가별 특성에 맞춘 전략을 수립·실행할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국가에서 1등을 차지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전을 거듭하겠다"고 제언했다.
유명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2차 영상 콘텐츠 사업도 준비 중이다.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등 대형 IP를 애니메이션화해 올해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일본에 동시 방영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인기작인 '스위트홈'과 '여신강림'도 연내 상영 목표로 드라마 영상화 작업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 사업은 현재 중소상공인 위주로 입점돼 있는 '스마트스토어'에 유명 브랜드를 더해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내달 10개 브랜드 입점이 확정된 가전 카테고리를 오픈하고 이후 생필품, 패션의류, 가구 등으로 순차 확장한다. 올해 총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목표다.
한 대표는 "올해 브랜드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네이버가 추구해온 상생과 다양성의 철학을 잘 채용하는 건강한 커머스 데이터 생태계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