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업계의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19'의 영향과 별개로 IPTV 사업자 중심의 시장 구도가 더욱 강화된 특징을 보였다. IPTV 사업자들의 매출액은 크게 상승한 반면 케이블TV·위성방송은 여전히 부진했다는 점에서다.
케이블TV 티브로드를 합병한 SK브로드밴드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LG헬로비전(구 CJ헬로)을 인수한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율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IPTV 사업자 주도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추가적인 시장재편 가능성은 코로나19의 종식 시기 만큼이나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추가 M&A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일축했고, KT는 규제 때문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IPTV 3사 모두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
15일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의 유료방송 부문 매출액은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우선 1위 사업자 KT의 IPTV 사업 1분기 별도 매출액은 41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9% 증가했다.
IPTV 가입자도 전년보다 5.7% 늘어난 842만2000명을 기록했다. 업계 최대 규모의 덩치에도 성장성을 보인 것이 눈에 띈다. 온라인 개학에 맞춰 키즈 콘텐츠를 강화하고 키즈 멤버십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덕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IPTV 부문 1분기 매출액은 3402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IPTV 3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IPTV 가입자는 529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티브로드와의 합병법인을 출범, 820만명 이상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지상파3사와 시작한 OTT '웨이브'를 통해 미디어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는 IPTV 매출액이 전년보다 12.4% 증가한 2811억원을 달성했다.
가입자 수도 459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0.8% 늘었다. 대면 영업이 제한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업계 1위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IPTV3사는 콘텐츠 강화뿐만 아니라 가입자 증가를 지속하기 위해 온라인 영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SK브로드밴드는 더욱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추가해 미디어 소비 증가 추세가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직접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한 비대면 영업 활성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케이블TV·위성방송은 주춤…지각변동에 '주목'
LG유플러스가 인수한 LG헬로비전의 방송 부문 매출액은 1439억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다만, 이 수치는 고려해야 할 대목이 있다. LG헬로비전은 당초 방송 매출액에 '지역광고' 부문이 포함됐으나, 이를 피인수 이후인 이번 분기부터 기타 항목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연결 대상 기업이 된 LG유플러스에 지역광고 항목이 없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역광고 규모는 작년 4분기의 경우 84억원으로 전체 방송 관련 매출액의 5.7% 수준이었다.
LG헬로비전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415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디지털TV 가입자는 전년보다 1.7% 감소한 270만명을 기록했고, 아날로그TV의 경우 145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0.7% 줄었다. 지난해 매각 작업 탓에 영업활동 등이 제한되면서다. 디지털 전환율은 1년 전과 똑같은 65%다.
다만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가입자 규모를 합하면 875만2000명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더했을 때보다 많아졌다. 아직은 KT와 스카이라이프를 더한 것보다는 적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 부문 1분기 매출액은 1347억원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했다. 가입자는 415만명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그러나 가입자당 매출이 많은 UHD(초고화질) 방송 가입자는 전년 114만명에서 이번에 133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뤘다.
딜라이브에 이어 새로운 매물로 떠오른 현대에이치씨엔(HCN)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735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8.6% 감소한 107억원이었다.
다만 SK텔레콤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추가 M&A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있어 당분간 이같은 형세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추가 M&A 관련, SK브로드밴드는 성공적인 합병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