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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요양병원·국립묘지 '어색한 따뜻함'

  • 2020.10.05(월) 17:33

[디지털, 따뜻하게]
코로나로 추석연휴 면회 제한·참배도 막아
노인앞에 무력한 디지털, 사이버 추모 한계

​삽화/김용민 기자 kym5380@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과 친지를 찾아보지 못해 아쉬운 분들이 많을텐데요.

특히 요양병원에 아픈 가족을 맡긴 보호자, 고인이 된 가족의 묘소를 찾지 못한 경우는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요양병원이 면회를 제한하고, 국립묘지도 참배를 금지했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요양병원이 영상통화 등의 방식으로 추석 연휴 기간에 '비대면 면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요.

기술의 발달 덕에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적어도 얼굴을 보는 것까지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느낄 수 없었죠.

국립묘지들이 비대면 참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국립이천호국원]

스마트폰 너머 90대 어르신은 코로나19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팬데믹이 선언된지 반년이 흘렀는데도 말이죠.

올해는 더 유난히 사회로부터 격리된 요양병원과 가족 사이에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코로나19의 위협을 온몸으로 느끼지만, 이것을 이야기로만 전해 듣고 이해하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어르신으로선 영문을 모르겠고 면회 오지 않는 자식들이 밉고 답답할 수밖에요.

어르신이 살아온 90년 넘는 세월을 돌아보아도 이런 규모의 역병이 돈 적이 없으니 요양병원 의료진의 설명은 물론이고 병원을 통해 진행되는 짧은 영상통화로는 아무리 설명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노릇입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잘 들리지도 않죠.

어르신과 영상통화하는 60대 후반 나이의 아들도 노안 탓에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의  90대 노친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요.

서로 거의 고함을 치면서 안부를 전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족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나 직계 자녀 역시 고령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이유로 비대면 서비스가 제공되어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 조금만 참으면 되겠다는 것이 지난 설 이후 이번 한가위가 될 때까지 비대면입니다. 내년 설에도 이런 모습일 가능성이 큽니다. 세월은 무섭습니다. 돌아서면 자식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치매가 심각한 노인조차 "계절이 바뀌는데도 자식이 왜 안 오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의 곳간을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하는 이동통신비 감면에 열 것이 아니라(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이런 곳의 안전한 대면 면회를 지원하는 방안에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가령 병원 주차장을 통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든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는 조치 등을 취해서 얼굴이라도 가까이 볼 수 있게요. 커피는 드라이브 스루로 사먹는데, 연로한 부모님은 잠시라도 찾아뵐 수 없다는 것이 가혹한 일 아닐까 해서요.

더구나 가족들이 찾아가지 못하는 사이 요양병원에 갇힌 노인들은 외롭게 세상을 떠나고 있으니 병약한 부모를 위해서라도 방문을 자제 중인 가족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현충원의 사이버 참배 서비스. [사진=국립현충원]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곳도 난감한 풍경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국립현충원, 국립호국원 등 국립묘지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기간 문을 닫았는데요.

대신에 비대면 참배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저도 이를 이용해봤습니다.

유족 입장에서 고마운 서비스이나 어색하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었습니다.

이른바 '사이버 참배'를 이용하려면 안장자를 검색한 뒤 참배 대상을 찾고 '참배하기'를 클릭하면 고인의 묘소 혹은 분골함, 영정 사진 등이 나타납니다.

헌화하기, 분향하기 등을 누르면 증강현실(AR) 형태로 꽃과 향이 분골함 앞에 배치됩니다.

아바타에 장식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이런 행위가 고인의 상징과 같은 곳에 이뤄지다보니 상당히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모양이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기분이 상할 수 있죠.

실제로 국립서울현충원, 다른 호국원과 비교하면 추모 공간이 구현되는 방식이나, 꽃의 모양과 분향하는 양상 등 세부 사항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같은 나라 같은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인데 대접이 조금씩 다르니 이상한 기분이지요. 어떤 곳은 웅장한 반면, 어떤 곳은 다소 부족한 모양입니다.

화면의 크기도 어떤 곳은 작은 팝업창인데, 어떤 곳은 전체화면에 가깝습니다. 고인을 모신곳들을 대놓고 비교하긴 그러니, 직접 살펴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게다가 이런 것이 구현되는 곳은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인 까닭에 어색함이 끝을 달립니다. 컴퓨터 앞에 사진을 띄워놓고 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렇습니다.

차라리 집에 소장하고 있는 영정 사진 앞에 절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 묘 앞에 댓글도 달 수 있는데요. 방명록 같은 것이죠. 다만 홈페이지 가입을 하거나, 본인인증을 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이 이같은 일련의 행동을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참전자의 자녀들인 베이미부머 세대만 하더라도 이제는 대부분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는 노인 계층입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 국립묘지 메인 웹페이지에 나오는 '사이버 참배'라는 아이콘을 눌러 들어가면, 실제 참배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니라 관련 안내만 있습니다. 이곳에서 참배로 이어지는 링크도 찾을 수 없죠.

다시 메인 페이지로 나와서 '안장자 찾기'를 눌러야 사이버 참배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추석 연휴 기간에 사이버 참배를 독려했다면 메인 페이지에서 사이버 참배로 바로 이어지는 아이콘이 있어야 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어떤 국립묘지는 회원가입만 하면 아무나 댓글을 달 수 있고, 어떤 곳은 아무나 글을 쓸 수 없어 디자인이 그렇듯 일관성이 없습니다.

아무나 댓글을 달 수 있으면 경건한 모습이어야 할 추모 공간이 스팸 메시지 등으로 지저분해질 우려가 있고, 글쓰기 진입장벽이 너무 높으면 추모의 흔적을 남기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국립묘지 의전원이 대신 참배하고 사진을 촬영해 유족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느리다는 평도 있지만 유족으로선 감동스러운 서비스입니다.

다만, 온라인 환경을 조금 더 이용하기 쉽게,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 추모 공간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봅니다.

내년 설에는 부디 역병이 물러가길 바랄 뿐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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