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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휴대폰 수령에 10분'…U+언택트스토어 가보니

  • 2021.03.23(화) 09:37

종로 1호점 열어, 국내최초 완전무인 매장
요금 납부, 개통까지 '셀프'…직장인 타겟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통신판 '세포라' 전략

무인 편의점이 아닌 '무인 휴대폰 대리점'.

세계 최초 무인 매장 '아마존고'가 촉발한 미래형 점포가 국내 통신 업계에 적용됐다. QR코드 하나만 받으면 휴대폰 요금 납부부터 신규 개통까지 '셀프'로 할 수 있는 매장이 첫 선을 보였다. 

그동안 키오스크(무인 정보단말기)를 통해 일부 서비스만 안내자 도움없이 제공하거나 심야 시간에만 무인으로 전환하는 반(半) 무인 형태의 매장은 있었으나, 직원이 아예 상주하지 않는 통신 매장은 처음이다.  

'U+언택트스토어' 1호점에 설치된 휴대폰 개통존. 테블릿PC를 통해 10단계 질문에 답하면 휴대폰을 신규 개통할 수 있다./사진=구혜린 기자

◇'MZ세대 겨냥' 진화한 통신매장

LG유플러스는 23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1층에 'U+언택트스토어 1호점'을 개점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준비한 매장으로 연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지역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매장의 특징은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신 3사는 키오스크를 통해 일부 서비스를 무인으로 제공하거나 심야 시간에만 무인으로 전환하는 형태의 매장을 선보였으나 '완전 무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체험해 보니 의외로 편리했다. 매장에 방문하면 본인 인증부터 해야 한다. 키오스크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로 본인 인증을 하고 QR코드를 발급 받으면 된다.

마치 키오스크가 설치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발급 받은 QR코드는 무인매장의 모든 서비스를 가능케 해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5가지다. ▲요금제 변경, 요금 납부, 유심칩 발급 등을 할 수 있는 '업무처리 키오스크' ▲TV 프로그램과 신규 출시된 휴대폰들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존' ▲휴대폰 가입을 위한 '셀프 개통존' ▲휴대폰 보호 필름 구매 및 부착 코너 ▲중고폰 판매존 등이다.

이 가운데 '체험존'과 '개통존'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체험존에선 관심있는 최신 스마트폰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아이폰 신형인 '아이폰12 프로 맥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기자는 해당 제품에 대한 체험뿐만 아니라 경쟁 제품인 삼성 '갤럭시S21 울트라'의 카메라 성능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개통존에서는 태블릿PC를 통해 총 10단계 질문에 답한 뒤 휴대폰을 수령할 수 있었다. 기기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무인 매장의 최대 장점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한 유인 매장의 단점인 '매장별 서비스 수준 상이', '직원의 과잉 간섭'을 극복했다. 

LG유플러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시선의 자유'를 원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젊은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을 1호점 위치로 선정했다.

무인 매장의 주된 서비스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유일한 차별성은 '휴대폰 즉시 개통'이다. 다만 무인 매장에서 개통을 한다고 해서 기기나 요금을 추가 할인해주진 않는다.

온라인 개통과 마찬가지로 '공시지원금 추가 15% 할인'이 전부다. 통신사를 변경하면서 '대리점 재량 할인'을 받고 싶은 고객들은 무인 매장을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

'U+언택트스토어' TF(태스크포스)의 한 담당자는 "특별히 할인되는 것은 없고 언택트 수요를 겨냥하는 차원에서 매장을 열었다"며 "요금 납부나 최신 휴대폰 성능을 테스트하러 올 고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어느 단계에서 서비스 이용 이탈이 발생하는지 면밀히 체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언택트스토어'에 설치된 휴대폰 체험존/사진=구혜린 기자

◇통신업계 '세포라' 꿈꾸는 LG유플러스

통신사들이 무인 매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비용 절감'에 있다. LG유플러스만 해도 전국에 직영점 2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당 평균 4명의 직원을 고용한다고 잡으면 적어도 800명의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대리점이 줄어들 전망이다. 온라인샵을 통해 휴대폰을 개통하는 이용자들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온라인 채널인 유샵(U+shop)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 가입자가 전년 대비 27% 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넷 신규 가입자는 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대리점이 줄어든다면 고령층에서 키오스크나 온라인샵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옴니 채널'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마치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Sephora)'가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과 유사하다. 

박찬승 영업정책그룹장 상무는 "대리점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세포라도 온라인 채널 영업을 통해 오프라인 고객이 늘었다. 세포라를 모델로 삼아 오프라인 채널도 활성화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픽업박스에서 신규 개통한 휴대폰을 받아본 모습/사진=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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