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면서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기업들은 여전히 '개발자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테크人터뷰'에선 IT 기업의 기술 리더들을 만나 기술 비전과 기업 문화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겠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인스타그램에선 '문과생 비전공자도 개발자 입사' 같은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개발자 서대원씨도 같은 케이스다. 그는 영문학도였던 대학생 시절 남들보다 일찍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에 관심 갖고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업스테이지에 입사한 그는 AI 리서치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상용화를 담당한다.
그를 만나 문과생으로 시작해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 개발자로서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문과 졸업해 AI 개발자로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 개발자가 된 계기는
▲영미권 문화와 언어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고 문학 작품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었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올수록 내가 질적인 분석에만 집중해있고, 계량적인 분석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맛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통계학 입문 수업을 들었는데, 그간 논문이나 신문기사에서 애써 외면했던 통계 관련 자료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후 통계 및 데이터 사이언스에도 관심이 생겨 서울대학교 AI 연구원에서 개설한 빅데이터 핀테크 전문가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여러 개발 분야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AI를 선택한 이유는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삶이 윤택해지고 편리해지지만, 그 와중에 기술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I를 통해 이러한 기술 격차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앱이나 키오스크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은 카페에 가서도 계산대 앞에 줄을 서야 한다. 더 좋은 성능의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이들도 키오스크에 대고 말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자동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지 않게 돕는 것이다.
-개발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반엔 공부량에 압도됐다. 개발자 채용공고에 나와 있는 요구사항을 취합해보니 AI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 파악, 컴퓨터 공학 기초, 알고리즘 테스트 등 공부할 분야가 상당히 넓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였다. 4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한 개발자들보다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AI 분야는 학사 수료생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어 단기간에 공부한 내게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일단 지원하고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다. 면접 전날까지 채용공고에 있는 요구사항을 빠르게 공부하면서 몇 주간 집중적으로 면접을 준비해 IT 대기업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비전공자로서의 고민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리더들과 동료들 도움을 받으면서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고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개발직 특성상 업무자율성 있어
-AI 분야에 대기업이 많은데, 스타트업으로 입사한 이유는
▲회사의 비전에 많은 공감을 했다. AI 기술은 다른 IT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지만, 한편으론 AI 기술 유무에 따라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업스테이지는 IT에 친숙하지 않은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AI를 도입할 수 있는 패키지를 개발해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 역시 기업들이 AI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낙수효과로 최대한 많은 이들이 AI의 혜택을 누리길 바랐다.
-100% 원격 근무를 한다고 들었다
▲입사 후 2달 만에 제주도에 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제주도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일에 몰입하기 좋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입사후 느낀점은 뭔가
▲사내 다른 개발자들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는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른 개발자들이 목표를 성취하기까지 기울였던 노력, 어려웠던 점, 이를 극복하면서 얻은 교훈 등을 배울 수 있다.
-개발자는 사무실 PC 앞에만 앉아있을 것이란 편견이 있긴 하다. 실제 기업문화는 어떤가
▲다른 스타트업은 잘 모르겠다. 다만 업스테이지의 경우 충분한 예산 안에서 원하는 장비를 고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무자가 기술 스택(기반 기술 및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제품 기획 과정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하면서 단순히 기술 숙련도만 느는 게 아니라 결과물을 함께 생각하는 시야도 가질 수 있어 좋다. 서로 짠 코드를 돌려보는 코드 리뷰, 짝 프로그래밍, 기술 공유 세미나 등도 진행한다.
"누구에게나 첫째날은 있다"
-문과생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처음 개발을 배울 때 공부할 양이 많은 데다, 현역에서 일하는 개발자만큼 실력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좌절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첫째날은 있다. 어떤 개발자든 개발을 하나도 모르던 때가 있었고, 개발을 배우면서 좌절한 때가 있다. 각자 견디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밑거름이 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길 바란다. 또 개발 공부를 할 때 기술만 몰두하기보다 기술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더 큰 목표를 설정하면 쌓아야 할 기술 스택이 더 명확해진다.
-마지막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
▲AI 기반의 애플레이션을 통해 정보의 비효율이나 비대칭을 해소하고 싶다. 또 일반 소비자들이 구글과 같은 범용 검색엔진에서 경험한 AI 기반의 똑똑한 검색을 이커머스 서비스 등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