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6세대(6G) 이동통신 발전 구상을 담은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발표했다. 차세대 망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망 기반 시설을 키우며 그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네트워크 집중육성
과기정통부는 20일 오전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상정했다. 이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대에서 발표한 '뉴욕 구상'과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설계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이행을 위해 마련한 6G 이동통신 발전전략이다.
내용은 △6G 기술력 확보 △네트워크 공급망 강화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혁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6G 상용화를 염두에 둔 연구개발과 소재·부품·장비 분야 및 개방형 무선 접속망(오픈랜) 기술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 이를 통해 6G 국제 표준특허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래 통신서비스가 지상에서 공중으로 확장하는 것에 맞춰 오는 2027년 저궤도 통신위성을 시험발사하고 2030년에는 국방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구내망-백본망-해저케이블 등 네트워크 기반도 강화한다. 올해 6월부터 신축건물에 광케이블 구축을 전면 도입하고 내년에는 차세대 규격인 '와이파이 7'로 진화를 추진한다.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백본망 전송속도를 오는 2026년까지 2배로 높이고 해저케이블 용량도 증설한다. 아울러 중소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집중 육성해 오픈랜 장비산업 생태계를 본격 조성하고 네트워크 특성화 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전문인재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종호 장관은 "네트워크는 디지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기반이며, 국가 주요 기간산업이자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라면서 "민관 협력에 기반한 6G‧오픈랜‧위성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6G로 옮겨붙은 패권 경쟁
정부는 6G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이 전략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전 세계 통신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미국이 뛰어들며 미·중 갈등이 강화됐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망 경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특허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6G 시대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중국 6G 추진단'을 설립하고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추진단은 화웨이·차이나모바일·샤오미 등 장비회사부터 통신회사, 단말기 회사 등이 참여한다. 2021년에는 '6G 네트워크 설계방식(아키텍처)'과 '10대 핵심 기술'을 발표했다. 오는 2028~2030년 사이에 6G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거의 10년이나 빨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미국은 2020년 '넥스트 G 얼라이언스'를 세우며 대응에 나섰다. 버라이즌, 에이티앤티(AT&T)와 같은 세계적인 통신사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도 포함됐다. 이 연합체는 지난해 2월 6G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과 6G의 결합을 통한 망의 효율적 관리 등을 발표했다.
기술개발도 한창
아직 6G의 주파수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중대역(1~24㎓) 안에서 6G의 초기 주파수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절한 커버리지와 용량을 제공하는 특성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7~15㎓ 대역을 초기 6G 주파수로 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초광대역과 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6G 고대역(24~300㎓)과 전반적인 음영지역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로도 커버리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지능형 거울'이라 불리는 'RIS(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 기술이 대표적이다.
RIS는 안테나 표면의 전자기적 반사 특징을 이용해 장애물 넘어 수신자에게 전파가 도달할 수 있도록 경로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고주파 대역은 회절률이 낮아 장애물에 부딪히면 통과하지 못하는데, RIS를 유리창 등에 적용해 전파가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통신업계도 RIS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일 RIS 기술을 유리에 적용해 6G 고주파 대역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3월 RIS 기술 검증을 진행해왔다. 같은 해 12월에는 RIS 개발과 실증 성과를 인정받아 전파방송기술대상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KT는 작년 11월 RIS 개발과 검증에 성공해 5G 음영 지역의 통신 품질을 개선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6G RIS 개발에도 힘줄 계획이다.
'5G 안착도 안했는데…' 걱정도
하지만 일각에선 6G에 힘을 주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5G도 제자리를 못잡고 있는 상황에서 6G라는 청사진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한 '2022년 통신서비스 수신권역(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85개 시 전체 행정동, 주요 읍·면 지역 중소시설 건물 내부의 5G 접속 가능 비율은 평균 78.22% 수준이었다. 고속도로(95.69%), 고속철도(82.04%), 백화점 등의 주요 다중이용시설(99.7%)에 비해 낮았다.
이동통신사들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는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을 취소당했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통신 3사에게 5G 28㎓용 장치 1만5000대를 설치하도록 했는데 KT는 1586대, LG유플러스는 1868대, SK텔레콤은 1605대를 설치하는데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