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국 대표는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를 2014년부터 이끌고 있는 전문 경영인입니다. 하지만 회사 '오너'가 아닌가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위메이드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떠올라 있습니다. 주식·코인(가상자산) 투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장현국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와 최근 위메이드에 얽힌 스토리를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위메이드 주가는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할 때 1만4050원에서 2021년 11월 24만5700원까지 치솟았는데요.
1648.7%나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에 위메이드 주식을 샀다가 팔았으면 주가가 10배로 상승하는 '텐배거'(10루타)도 경험할 수 있었겠죠.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지난해 말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위믹스 거래 지원을 종료(상장폐지)했는데, 올해 초 코인원에서 거래가 재개되면서죠.
장 대표는 이 과정에서 꿋꿋하게 월급으로 위믹스를 매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응 계획과 새로운 사업 계획도 꾸준히 제시했는데요.
이런 모습과 위믹스의 부활에 반한 '팬'들은 그의 리더십과 책임 경영을 '찬양'하는 '짤'(이미지 파일)을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장 대표가 죽창을 번쩍 들고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이끄는 듯한 짤,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는 장 대표 앞에서 한 투자자가 절하는 듯한 짤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내 대표적 게임사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리니지 성공 신화'와 함께 '택진이 형'으로 불리는 현상이 떠오릅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장 대표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위믹스 상폐 논란의 책임부터, 올해 초 장 대표가 고가 오피스텔에 거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도 그랬죠.
그러나 장 대표는 숨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하며 팬심을 더욱 모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자본시장과 언론뿐 아니라 위메이드 주주와 위믹스 투자자 대상으로도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면서죠.
특히 주목할 점은 장 대표가 직접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라이브'(생중계)로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지난달 15일 위믹스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AMA(Ask Me Anything) 간담회와 같은 달 31일 열린 '주주와의 대화' 행사를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위메이드는 매월 1회 이상 간담회를 열어 미디어, 자본시장,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지속한다는 방침입니다.
위메이드 주식과 위믹스 가치 하락에 불만을 품은 투자자들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생중계로 질의응답에 나선다는 용기는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닙니다.
그만큼 각종 현안에 즉각 응답할 능력이 있고, 돌발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자신도 있다는 것이죠.
위메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오히려 라이브를 선호한다"고도 설명하는데요.
그의 발언이 내부 조율이나 외부 기관을 거치면 '예쁘게' 정리될 수도 있겠지만, 오해를 야기할 가능성도 만들 수 있죠. 그러니 가감 없이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라이브가 훨씬 나은 소통 방식이라는 판단이라는 겁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달 15일 열린 AMA에서 "저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지속 가능하게, 진화·발전시켜왔다"고 말할 때는 어떤 기업의 CEO보다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버틴 경험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위메이드는 2000년대 초부터 20년 넘게 액토즈소프트, 중국 게임 업체들과 게임 지식재산권(IP) 분쟁을 벌여왔는데, 그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마침내.
최근 위메이드는 중국 셩취게임즈(전 샨다게임즈), 액토즈소프트 상대로 싱가포르 ICC(국제상공회의소) 중재 법원에 제기한 '미르의 전설2' SLA(게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종료·무효 확인 소송에서 총 2579억원 규모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소송전에서도 역시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장 대표는 미르 IP를 관리하기 위해 '전기아이피'라는 법인을 2017년에 설립했습니다.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과 회사 이사회도 이런 장 대표를 상대로 깊은 신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권불십년이라지만 장 대표를 10년가량 중용한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인물로 만든 게 대표적 시그널입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해 급여 10억원, 상여 81억2200만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81억6800만원 등 172억92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습니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16억원)은 물론이고, 게임 업계 '연봉킹'으로 불리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23억8100만원)보다 많습니다.
상여의 경우 투자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요.
위메이드는 2018년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투자해 큰 이익을 봤기 때문입니다. 위메이드는 이 회사 주식을 50억원 정도에 사서 지분율 7.22%를 확보한 뒤 일부 매각해 현재는 4.23% 보유했는데도 장부가액이 1427억원이 넘습니다.
"저는 위믹스를 매달 월급으로 사고 있습니다. 위믹스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선 홀더(투자자)와 경영진, 회사 모두 한마음입니다."
장 대표의 말인데요. 위메이드의 게임과 위믹스의 성공을 '오너의 마인드'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읽힙니다. 장 대표의 향후 행보와 성과가 더욱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