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것 같은 해변을 그려줘."
키보드를 두드린 뒤 몇초 기다렸더니 거짓말처럼 그림이 완성됐다. 인공지능(AI)이 'NFT'(대체불가토큰) 이미지를 내가 원하는대로 수정한 것이다. AI가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 몇 번 까닥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었다.
AI가 만드는 예술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언커먼 갤러리'를 찾아 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 'AI 네트워크'(AI Network)의 프롬프트 존 'AI 플레이그라운드'를 체험해봤다.
언커먼 갤러리는 AI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AI 개발사 '커먼컴퓨터'가 개관한 기술 갤러리다. 모두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회사명에서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 일반적이지 않은 작품을 전시하는 콘셉트다. 전시 작품 모두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갤러리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예술 작품을 결합해 '웹3'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인 셈이기도 하다.
체험 방식은 간단했다. 갤러리 입구에 위치한 '스마트게이트'에서 가상자산 지갑에 NFT 이미지를 받고, '그림을 어떻게 그려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해당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NFT 배경을 바꿔줬다. 이렇게 뚝딱 제작된 새로운 NFT는 갤러리 공간 한편에 전시됐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거대 AI 모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최근 시장의 빅트렌드 중 하나는 인공지능 아트"라며 "붓과 펜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인공지능을 창작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서 예전의 붓과 펜 역할을 하는 것이 프롬프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이 어떤 단어를 적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이 창작하는 작품도 달라진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 잘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은 인공지능 아티스트 '킵콴' 작가의 전시도 진행되고 있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킵콴 작가는 AI 네트워크 생태계에 모인 AI 자원과 그 속에서 개발된 모델을 활용해 만든 아트를 전시하고 있다"며 "갤러리는 그동안 아기상어 NFT, 소울픽션, 벨베데레 미술관, 세종 솔로이스츠, 샤이고스트 등 다양한 웹3 프로젝트와 다양한 콘텐츠를 전시해왔다"고 전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 목표"
AI 네트워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공지능과 NFT와 같은 기술을 대중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기존보다 쉽게 관련 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AI 네트워크가 'Internet for AI'(인공지능 인터넷)를 모토로 탈중앙 AI 플랫폼을 꿈꾸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자본력이 부족한 일반 개인, 개발자, 중소기업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에 밀려 시장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풀겠다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프로젝트의 구체적 콘셉트도 독점의 근원이 될 수 있는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자원 제공자들을 통해 모으고 'Runo NFT'를 발행한 뒤, DAO(탈중앙화조직) 생태계 내부 투표를 통해 개발자에게 자원을 배분하고, 크리에이터는 이 과정에서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는 "이번 갤러리를 통해 멀게만 느껴지는 기술을 대중에 보다 쉽게 다가가게 하고 인공지능 생태계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18년부터 시장에서 인공지능의 미래와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체감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