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KT의 두번째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대표이사 공백과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주주의 날선 비판으로 시끌벅적했던 올해 3월 정기주총과 6월 임시주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주총장 내부의 앞 좌석은 비워졌고 연단으로 향하는 통로도 막아놨다. 앞서 지난 6월 열렸던 첫 임시 주총 때는 앞줄은 비워져 있었지만 통로를 막아놓진 않았다.
현장에 있던 KT 관계자는 "만약의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구조물로 복도를 막은 것"이라며 "지난 임시 주총 때 안전 요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지적이 있어서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에서 △김영섭 대표이사 선임 △서창석 사내이사 선임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 퇴직급 지급 규정 등 4건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안건을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25분에 불과했다.
모든 안건은 큰 반발 없이 통과됐다. 주주들 사이에선 당부의 말이 나왔다.
한 주주는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은 직원을 자르는 게 아닌 KT의 민영화 이후 거쳐갔던 4명의 대표이사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삼성과 현대같은 더 큰 규모의 회사 대신 KT를 국민 기업이라고 부르는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 주총 이후 KT 분당 사옥에선 김 대표의 취임식이 열렸다. 임직원 약 40명이 참석해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취함)' 행보다.
김 대표는 이달초 대표이사 후보로 정해진 뒤에도 인수위와 같은 별도의 조직을 두지 않고 경영진을 직접 만나 현안을 청취했다. 내부 역학관계의 급격한 쏠림이나 동요를 막겠다는 의중과 함께 어수선한 시기일수록 화려한 형식보다는 내실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그는 언론접촉도 삼갔다.
김 대표는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역량과 실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수(高手)'라고 표현했다. 화려함을 걷어내고 숨겨진 고수를 찾는 게 김 대표에게도 숙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