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대폭 강화된다. 이제까지 자금세탁방지에 치중했던 당국의 스탠스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거래소 운영 전반에 대한 직접 감독으로 확대되면서 역량을 갖추지 못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해 온 거래소들의 폐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연초부터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예고했다. 사업자 적격성 심사부터 이상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 감시체계, 코인 상장 기준 등 전 영역에 대한 감독과 제재를 강화한다.
먼저 사업자 자격이 금융사만큼 까다로워진다. 대표, 임원에 이어 대주주 적격성까지 철저히 검증한다. 금융위는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벌금 이상 형을 받은 자 등은 거래소의 대표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정하고, 이를 어길시 사업자 자격을 말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사업자 신고시 심사 대상을 대주주까지 확대하고 법률과 사회적 신용 요건을 심사 요건에 추가해 위반전력자를 배제하기로 했다. 관련해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정치권도 최대·주요주주 모두를 대주주로 규정, 대주주 범죄이력 심사 등 내용을 담은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감원은 이제까지 거래소 입맛대로 운영되던 이상거래 감시, 상장 정책 등에 메스를 든다. 업계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 이상거래 적출기준, 불공정거래 혐의 심리기준 등을 제시하고 또 거래지원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거래소들은 자체적으로 이상거래, 거래지원 기준을 갖추고 있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 각자 다른 판단을 하고 독립성을 이유로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이해관계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거래소 10개 이하 될수도...원화거래소도 장담 못해"
당장 금감원의 현장 점검 등 당국 조사와 감독이 본격화되면 거래소들의 폐업과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로 가상자산업계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시장 투명화 효과가 클 것으로 보면서도 업계가 위축될까 우려를 나타냈다.
은행권 출신 한 가상자산업체 대표는 "금융위가 사업자 신고,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관리를 해왔다면 금감원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불공정거래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시중은행도 부담스러워하는 강도 높은 금감원 검사를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 과정을 못 견디면 많은 업체들이 폐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코인마켓거래소 대표는 "현재 37개 사업자가 있는데 실제 금감원 점검 대상은 19개로 정한 것만 봐도 절반가량은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갱신 신고가 진행되면 실제 남는 사업자는 10개 정도로 확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거래소가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 거래소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시스템을 갖춘 원화거래소도 은행권 수준에는 못미친다"이라며 "대주주 이슈가 있는 곳도 있고 자전거래, 이상거래 감시가 미흡하거나 상장과 폐지 과정도 불투명한 곳들이 많아 실제 검사가 이뤄지면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 감독이 본격화되면 기존 사업이 불가능해 본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