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항암 신약개발에 힘쓰고 있다. 항암제는 치료내성이 높고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암의 특성상 개발난이도가 높아 신약출시에 성공하면 시장성과 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공익적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다.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후보물질은 총 13개로 다른 질환군(비만대사·희귀질환)과 비교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미국계 제약사 제넨텍 등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은 8개에 달한다. 연구개발(R&D)센터에서 항암제 개발연구를 전담하는 부서도 3개로 전체 질환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처럼 한미약품은 항암제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도전과정은 순탄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6년 한미약품으로부터 고형암 치료제 '벨바라페닙'을 기술 도입했던 제넨텍은 최근 이 약물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넨텍이 이달 암 면역학 연구부서를 폐쇄하는 등 연구 우선순위 재편에 나서면서다.
지난 2005년 첫 연구를 시작한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은 기술을 이전한 파트너사가 파산하면서 개발소식이 끊겼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으나 좌절된 적이 있다.
통상 항암제는 치료내성이 높은 암의 특성상 신약 중에서 개발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생명공학산업협회(BIO)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약 1만개의 임상연구를 분석한 결과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항암제가 허가될 확률은 14개 질환군 중에서 가장 낮은 5.1%로 나타났다.
이처럼 희박한 성공률에도 한미약품은 항암 신약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개발이 어려운 만큼 보상이 크고 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공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세계 항암 치료제 매출액은 지난 2022년 1960억달러(261조9500억원)에서 연평균 13.8% 성장해 2027년에 3750억달러(501조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현재 포지오티닙의 실패를 딛고 이 약물의 약효를 개선한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포지오티닙과 같이 고형암 세포에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HER2)을 타깃으로 하는 이 약물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암학회(AACR 2024)에서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 전임상 연구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벨바라페닙은 개발이 중단됐지만 기술이 반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연구가 재개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제넨텍이 지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벨바라페닙 임상 1상 시험은 예정대로 내년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과거 실패 속에서 항암신약 출시라는 결실을 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19년 미 FDA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품목허가 신청을 냈지만 제조시설의 문제로 한 차례 반려당한 적이 있다. 한미약품은 규제당국의 요구사항은 반영해 재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2022년 9월 허가를 받아냈다.
최근에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이중항체 등 이전보다 다양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법)를 접목한 항암 후보물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에서 발견되는 두 돌연변이 단백질(p53, KRAS)을 각각 억제하는 두 개의 항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항암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인체에서 생성된 돌연변이 단백질을 인식하면서 암세포에 있는 돌연변이까지 제거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중국계 법인인 북경한미를 통해서는 두 개의 표적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항체 기반의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에 있는 'BH2950', 'BH3120'로 이 중 BH3120은 독일계 제약사 머크와 손잡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드리는 헬스케어 전문 기업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며 "한미의 R&D 혁신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