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이는 일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이고 가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한국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협의회와 함께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개인정보 정책포럼'에서 사전 적정성 검토제와 관련한 민간 기업의 우려에 대해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신서비스를 기획·개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적정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적합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방안을 사업자와 위원회가 함께 협력해 마련하는 제도다.

개인정보위는 "적정하다고 의결된 신청 대상 신서비스·신기술이 적정하게 이행되면 사후에 불이익한 처분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불안감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다. 자사 기술과 서비스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규제기관을 상대로 공개하면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날 포럼 패널로 참석한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의 권호현 변호사는 "개인정보위가 많이 격려도 해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시지만, 한편으론 규제기관에 괜히 사전적정성 제도를 신청했다가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받으면 사업 자체도 그렇지만, 그런 기록을 바탕으로 추후 과징금을 더 세게 때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승재 개인정보위 조사3팀장은 "대단히 용기 있는 질문이고, 사실 FAQ(자주 묻는 질문) 중의 하나"라며 "제도 신청인 관점에서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여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신뢰를 전제로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신뢰는 개인정보위가 기업의 기획서, 사업의 시스템 등 사실 관계를 철저히 파악하면서 생긴다"며 "규제기관에 그런 내용을 보여주는 용기에 보은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학수 위원장도 "이런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고 좋은 것 같다"며 "정말 궁금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기 불편한 것을 꺼내놓고 얘기하면서 더욱 투명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면서 신뢰 관계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여 가는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장치도 마련하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현재 개인정보위는 사전적정성 검토제와 연계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허용 후제도개선'도 추진하면서 기업의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주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뉴빌리티, 우아한형제들, 카카오모빌리티, 포티투닷 등 자율주행 로봇 기업 등은 안전조치를 준수하면서 동의 없이 영상 원본을 활용하는 것이 허용됐다. 서울대병원도 첨단바이오 분야 국제 공동연구에 필요한 가명 데이터 셋을 환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홍관희 CPO협의회 부회장(LG유플러스 전무)은 "제 경험으로도 그런 것으로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CPO협의회를 통해 말씀주시면 적극적으로 개인정보위와 소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