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의 상장 시계가 빨라졌다.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두달 만에 예심통과는 물론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끝냈다. 상장예심 신청서와는 다소 달라진 증권신고서에는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도 묻어난다. 그룹 지배구조 강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상장 레이스라는 점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예심통과 사흘만 신고서…내달 청약까지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 CNS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통과 이후 며칠이 안됐다. 상장 예정 기업들이 예심 승인 이후 증권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기까지 통상 한달여를 잡고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속전속결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 청약도 당장 내달 진행한다. 각각 내년 1월 9~15일, 21~22일이다.
LG CNS는 1987년 설립 이래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회사다. 지주회사 LG가 지분 49.95%를 보유 중으로, LG그룹 SI 서비스 매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등 사업영역을 넓히며 디지털전환(DX) 파트너로서의 입지 또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6053억원, 영업이익은 4640억원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9584억원, 영업이익은 3127억원으로, SI 특성상 하반기에 수주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올해 실적도 기대해볼만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크게 잡은 '할인율'…간과 힘든 시장 상황
증권신고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낮아진 '몸값'이다. 앞서 시장에는 LG그룹과 주관사단이 LG CNS의 기업가치를 7조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는 최근 주당 가격이 11만원대로 올라 희망 몸값이 더욱 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LG CNS는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희망 공모가격을 주당 5만3700∼6만19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주식 수는 1937만7190주로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5조2027억∼5조9972억원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예심 신청 때와는 다르게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를 뺐다. 지난해 매출 648억달러(약 92조원), 순이익 72억달러(약 10조원)를 냈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로서 시가총액이 무려 2409억달러(약 342조원)에 달하는 회사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나온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증권신고서에서는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NTT DATA Group 등 3곳만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검토기준에는 IT서비스 관련 매출 비중 40% 이상, 시총 3조원 이상 50조원 이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5% 이상 등이 들어갔다. LG CNS 측은 "시총과 재무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격 산정에 적용하는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30.70~39.90%로 여타 기업 대비 큰 편이다. 참고로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은 평균 21.90~35.73%다. LG CNS의 공모가 상단 할인율(30.70%)은 2022년 12월 상장한 바이오노트(37.10%) 이후 가장 크다. 하단 할인율(39.90%) 또한 올해 2월 에이피알(40.30%) 이후 전무한 바겐세일이다.
문제는 최근 비상계엄 여파에 침체한 시장 분위기다. 2차 계엄 불안까지 엄습하면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연일 물량을 던지는 상황이다. IPO를 추진하다 철회 신고서를 제출해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몸값을 낮춰서라도 무사히 상장 레이스를 완주하는 게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