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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딥시크(DeepSeek)'가 국내 시장에서 삼일천하가 된 모양새다. 개인정보 유출 이슈에 정부의 차단 조치까지 이어지면서다. 기존 설치 앱으로 접속하거나 웹페이지를 통한 다운로드 등으로 여전히 국내 이용은 가능하지만, 최근 다른 회사로 개인정보가 넘어갔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용자는 급감하고 있다.
21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국내 양대 마켓에서 딥시크의 일간 신규 설치 건수는 지난달 28일 17만1257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7일 5650건으로 열흘여 만에 90% 넘게 급감했다.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 역시 같은 기간 19만1556명에서 4만6419명으로 75%가량 쪼그라들었다.
전 세계가 딥시크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R1'이 공개된 뒤부터다. 서방 언론과 각계 IT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딥시크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성능은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하지만,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H100이 아닌 저사양 H800 2000~3000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설 연휴 등으로 실제 시장 반응이 늦은 편이었지만 각종 지표를 통해 뜨거운 관심이 드러났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열기는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실제 딥시크 이용약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이름, 이메일 등 사용자가 계정을 설정할 때 제공한 정보와 서비스 사용에서 입력하는 콘텐츠를 수집한다. 접근 장치 모델과 운영체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키보드 입력 패턴과 리듬, 쿠키도 포함된다.
특히 딥시크 이용자 정보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른 중국 기업에까지 퍼진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들 수집 정보가 중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개인과 조직은 중국 정보기관의 정보 활동을 지지·지원·협력해야 한다. 딥시크가 수집한 개인정보에 중국 정부가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 보호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우리 정부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앱 마켓에서 딥시크의 신규 다운로드를 제한했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딥시크를 자체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 처리 방침상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일부 확인했다"며 "딥시크가 서비스를 시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추가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우선 잠정 중단 후 개선·보완하도록 딥시크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딥시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챗GPT 등 기존 생성형 AI으로 발길을 돌리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챗GPT의 국내 DAU는 지난달 28일 60만5574명에서 계속 늘어나 이달 7일 75만명대로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가 수집한 개인정보가 다른 중국 기업들에 넘어갔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