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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 뛰어넘는 면역항암제 개발 경쟁 후끈

  • 2025.03.06(목) 08:00

LG화학 등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임상
낮은 반응률 등 기존 약물 한계 개선
종양미세환경 극복 면역항암제 개발도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는 2011년 임상현장에 도입된 후 다양한 암종에 탁월한 약효를 발휘해 '암 치료에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낮은 반응률과 높은 내성 등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면역항암제가 면역세포를 성공적으로 깨워도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에 막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LG화학, 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표적(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면역항암제를 발굴하고 있다.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깨울 수 있는 다른 통로를 찾는 것이다. 아울러 면역세포가 종양미세환경을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면역세포를 깨워라

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에서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 후보물질 'LB-LR1109'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물질은 LILRB1이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면역관문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관문 단백질을 활성화는 특징이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달 CNTN4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면역항암 후보물질 'GENA-104'를 영국계 기업 엘립시스 파마 리미티드에 기술이전했다. 양사 간 협의로 계약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과 지놈앤컴퍼니의 후보물질이 표적으로 하는 면역관문 단백질(LILRB1, CNTN4)은 아직 저해하는 치료제가 개발된 적이 없는 신규 타깃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이러한 신규 타깃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서다.

머크의 키트루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여보이 등 2011년 처음 도입된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빠르게 항암치료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절반이 넘는 환자에게서 내성 등의 문제로 악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세포가 기존 면역항암제로 막지 못하는 다른 면역관문 단백질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바이오기업들은 다양한 면역관문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실제 임상에서 서로 다른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단독요법보다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BMS는 두 면역항암제(여보이, 옵디보)를 흑색종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 3상에서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여보이나 옵디보만을 맞은 환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보이와 옵디보는 각각 CTLA-4, PD-1이라는 서로 다른 면역관문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한다.

종양미세환경 극복

면역항암제가 면역관문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억제해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일종의 장벽인 종양미세환경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종양미세환경을 넘을 수 있는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넥스아이는 종양미세환경 안에 주로 머물며 면역세포 기능을 억제하는 '온코카인'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면역항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BMS와 함께 옵디보를 개발한 일본 오노공업약품에 지난해 온코카인-1을 억제하는 NXI-101을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TIGIT이라는 면역관문 단백질과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 단백질 수용체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112'를 개발하고 있다. TIGIT 단백질은 주로 종양미세환경 주변의 면역세포에 발현된다. 이로 인해 ABL112는 종양미세환경에 있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실제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국제학술지(JITC)에 발표한 연구에서 ABL112가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면서 지속적인 항암 효능을 낸 것을 확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 등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암종별로 많게는 80~90%에 달하는 만큼 면역항암제 시장은 여전히 열려있다"이라며 "면역관문 단백질은 특정 암세포에 발현하기도 해 여기에 결합하는 항체를 ADC(항체약물접합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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