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사용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자문단'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작성하기 위해 자사 직원 자녀 초등학교 4~6학년으로 구성된 어린이 자문단과 모임을 통해 이들의 궁금증과 의견을 취합, 반영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내용이지만 길고 어려운 용어로 구성돼 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연지 카카오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 어린이면 어린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이에 어린이 자문단을 구성하고 Q&A(질의·응답)을 진행해 알기 쉬운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린이 자문단은 "환불, 탈퇴, 회원관리, 유료, 제3자 같은 단어는 이해하기 어렵다", "왜 만 18세가 아닌 만 14세 미만을 기준으로 보호자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지 궁금하다", "이모티콘도 들어가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냈고, 카카오는 이를 반영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라이언, 춘식이 같은 캐릭터와 어린이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 대표적 예다. 카카오톡 대화창 화면으로 구성해 친숙한 디자인도 적용했다. 특히 어린이 자문단이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작성했으며, 6가지 주제별로 영역을 구분해 긴 문장을 최소화해 작성했다.
6가지 주제는 △카카오의 개인정보 다루는 방법 △개인정보 수집 △개인정보 이용 △개인정보 제공 △개인정보 삭제 △이용자의 권리 보호 등이다. 김 CPO는 "원래는 어린이를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어른들도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좋아하시고, 저희에게도 좋은 공부가 됐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주요 '개인정보 처리 표시(라벨링)'도 더욱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교통 표지판과 같이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메타포(비유)를 활용한 아이콘, 구체적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명확한 그래픽, 다양한 매체 환경에 적합한 기능적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스티커로도 제작해 배송 상품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택배 포장박스에 어떤 개인정보가 담겼는지, 개인정보처리 목적이 무엇인지, 개인정보 보유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등을 손쉽게 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미지 파일은 카카오가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카카오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고령자를 위한 개인정보보호 수칙, 안내서 등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 인증, 비밀번호, 법정대리인 동의, 범죄 예방법 등 다양한 사안을 다뤘다.
김 CPO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의 최종 목적은 개인정보의 주체자에게 권리를 보장해드리는 것"이라며 "저희 입장에서는 유저의 신뢰 확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