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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에 대하여

  • 2013.11.07(목) 16:07

확률에는 조건부 확률과 비조건부 확률이 있다. 비조건부적인 확률은 사건들이 독립되어 있는 것이고, 조건부적 확률은 B라는 사건 하에 A가 발생할 확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증시야 말로 조건부적 확률의 전형이다.

우리나라 증시 스스로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고 철저히 외국발 충격에 의해 급등하거나 급락하곤 한다. 우리나라의 증시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구조와 변화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올해 가을 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증시를 주시해 보면 ▷2008년 하반기 이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의 상승기와 ▷2010년 중반부터 2011년 중반기까지의 상승기가 눈에 띈다.

2008년 하반기 W형의 반등 이후 상방흐름은 철저히 1차 양적완화의 힘이었다. 당시 세계 양대 소비시장인 유로존과 미국의 실물경기가 급락했다. 따라서 오직 유동성의 힘으로 미래가치를 창출하던 시기였다.

2010년 상반기에서 2011년 중반까지의 상승세는 2차 양적완화의 힘이었다. 1차 양적완화로 기사회생한 월스트리트가 각종 원자재와 농산물을 거래하는 선물시장에서 거품을 일으켰다. 글로벌 유동성이 브라질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헤알화의 급격한 절상이라는 역풍에 브라질 당국은 외환유입을 통제하려고 토빈세 옵션을 꺼내들었다. 코스피는 2231포인트를 기록하는 호황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하강 진행중이었다. 

2011년 8월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과 함께 그리스 부도 발생 우려가 확대됐고 유로존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대두되자 자금이 급격히 이탈해 코스피는 1644포인트까지 떨어진다.

이러한 두 번의 흐름이 시사하는 바는 세가지다. 즉 ▷주요국의 경제상황 및 정책변화에 따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한국 증시의 향방은 철저히 외국인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그 인과율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매우 크다.

올 가을 한국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고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시장이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해 버렸고, 브라질은 실물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출이 부진하다. 이곳에 투입된 자금이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실물이 비교적 건전한 한국이 제격이다.

국제 유동성이 잠시 거쳐 가는 과정에 있다. 해외자본과 한국 금융당국이 벌이는 환율 공방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환율이 어느 시점, 어느 수준에서 방어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외국 자본의 성격을 따져보고 우리나라의 가용 외환보유고 수준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년 3월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와 유동성 부족 상황에도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는 반드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가계부채는 당장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길게 보면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환경변화에 맞춰 조건부적 확률을 계산해 내는 자세다. 물론 세계 경제의 초점은 `미국의 테이퍼링 아웃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져 있다. 보수적 대응, 침착한 준비만이 다가올 폭풍후를 넘길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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