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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바뀐다, 권선주처럼…

  • 2013.12.24(화) 11:24

유리 천장이 깨졌다. 깨져도 제대로 깨졌다. 우리나라 은행권에서 이런 파격은 없었다. 중소기업 현장 상대가 많은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의 새 은행장에 권선주 부행장이 내정됐다. 기업은행 직원들도 적잖이 당황한 듯하다. 그동안 관심은 ‘낙하산이냐, 내부 출신이냐’ 정도였다.

최근 수년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금융권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젠 때가 된 것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머릿속은 꽤나 복잡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남미 국가들의 권력을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는 뉴스를 듣기는 했어도 말이다.

흔한 여성 차별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우리 금융권은 여성들이 쉽게 고위직을 하기에 편한 문화가 아니다. 고위 여성 금융인들의 면면을 봐도 업무와 평가 문화가 다르다고 봐야 할 외국계에서 주를 이뤘다. 그들도 여성으로서 ‘지금의 지위까지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공공연히 실토한다.

한 외국계 은행의 여성 임원은 “이 위치에 오르는 과정에서 엄마로서 아이 문제는 사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나마 외국계 회사여서 국내 은행들보다 조금은 나을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은행도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영업 행태에서 소위 말하는 과학적 방법으로의 변화다. 결혼식장, 상가(喪家) 뛰어다니며 눈도장 찍어 영업하는 시절이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방식이 여성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솔직히 아니다.

세상은 그래도 바뀌고 있다. 권선주 행장 내정자가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후광을 입은 것이든 아니든, 세상은 이렇게 바뀌어 간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변화의 계기는 주어졌고, 그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다.

기업은행 직원들로서도 크게 손해는 아니다. 국책 기업은행으로서 낙하산 행장 논란은 태생적인 한계였다. 경영의 연속성은 매번 끊어지는 느낌이고, 새 낙하산이 올 때마다 전체적인 틀이 바뀌는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어쨌든 이번엔 두 번 연속으로 내부 출신 행장을 맞았다. 국책 기업은행으로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

흔히 여성 CEO는 소통에 능하다고 말한다. 권 행장 내정자가 어느 정도의 소통 능력을 보여줄지는 앞으로의 관심사다. 여성이 소통에 능하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어차피 세상의 반은 여자요, 나머지 반은 남자다. 홀로 떨어져선 대(代)를 잇지 못한다. IBK기업은행이 순풍을 탈지 역풍을 탈지는 오롯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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