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유지태는 이별을 통보하는 이영애에게 소리친다. 영화는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명제를 관객들에게 던졌다.
최근 기업들이 속속 작년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실적에 울고 웃는다. 대다수 기업들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행일 정도다.
◇ 환율 때문에...
경기침체는 기업들에게 '봄날'을 앗아갔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작년 내수 판매가 부진해 영업이익이 줄었다. 작년 현대·기아차는 내수 판매 부진의 원인을 경기침체에서 찾았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에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과 24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작년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5%, 기아차는 9.8%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환율'을 내세웠다. 환율 변동폭이 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의 주장은 일정부분 사실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도, 환율 변동성이 커 수출에 타격을 입은 것도 맞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차들의 공세는 대단했다. 유럽차들도 환율 하락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작년 현대·기아차의 실적 역주행이 과연 '환율' 때문일까.
현대·기아차는 2012년 말 달러-원 환율 기준을 1050원에 맞춰 사업계획을 짰다. 하지만 실제 환율(1095원)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작년 6월에는 1135원을 기록했으며 가장 낮은 달(12월, 1056원)에도 1050원을 상회했다.
◇ 정말 환율 때문일까
현대·기아차가 환율의 영향을 받는 부문은 국내 생산·해외 판매다. 현대차의 작년 판매량 중 국내 생산·해외 판매의 비중은 27.1%에 그친다. 기아차는 40.3%다. 현대차는 달러-원 환율이 5%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260억원 가량 손해를 본다고 설명한다. 재작년(1127원)대비 작년 환율 하락폭은 2.8%에 불과했다. 환율 하락으로 146억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51억원 감소했다. 따라서 환율 변동이 현대·기아차의 실적 급감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일부 차종에 대해 100만원을 깎아주는 등 수입차식의 마케팅도 펼쳐봤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났다. 볼륨 모델에 대한 가격인하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간과한 것이다.
수입차들의 무차별 공세에 현대·기아차는 속수무책이었다. 가격이라는 벽이 허물어지자 소비자들은 수입차로 몰려들었다. 업계에서 '마의 15만대'라고 봤던 수입차 판매량도 예상보다 2년 일찍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