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로만 보면 금융회사 직원들은 모두 날강도다. 개인 도장으로 신용장(입금확인증 등등) 팍팍 날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도록 도와줬다. 금융회사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돈 내주는 일(대출)이 자영 전당포처럼 운영됐다. 한두 시간 거리인 일본 도쿄에선 지점 직원 상당수가 작당한 듯한 흔적도 보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금융감독원장이 15일 10개 은행장을 소집했다. 최수현 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도한 이익 추구와 임직원의 윤리의식 결여로 대형 금융사고가 나고 있다”며 “경영•인사 전반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특단의 대책도 요구했다.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가 임직원의 윤리 의식만 닦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부분 금융사고가 개인의 직업윤리 의식 결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열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막지 못한다’는 말은, 그만큼 조직 내 개인의 일탈 행위를 시스템만으로 제어하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같은 시스템이라도 경영자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도 여러 연구에서 증명하고 있다.
최 원장의 질타는 아마도 후자와 관련된 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느 경영자가 계속 발생하는 사고를 반기겠는가? 사고가 많은 은행의 은행장도 최 원장처럼 직원들을 어르고 닦달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국면은 이를 막고 싶으나, 막히지 않는 형국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왜일까? ‘조직원들이 조직 안에서 꿈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벌이 무서우면 긴장하고 하지 않는다. 상을 받으면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신상필벌이다. 보통 조직이 돌아가는 원리다. 최 원장도 이를 강조했다. 경영•인사 전반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이 그렇다.
그러나 금융산업에 이를 힘있게 실행할 리더십이 있는가? 리더십은 보통 노력과 능력이 어우러져 존경을 받는 권위를 말한다. 이런 리더십을 인정받는 CEO는 말이 많지 않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 생활의 지침으로 비쳐 자연스럽게 닦달은 준다.
조직원들은 그 별(임원과 CEO)을 보면서 자신의 꿈을 키운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은행의 직원들은 그 꿈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러니 있을 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지금 눈을 감고, 최근 많은 사고로 곤욕을 치르는 은행들을 한 번씩 떠올려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