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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의 비눗방울 놀이

  • 2014.08.12(화) 16:00

예나 지금이나 비눗방울 놀이는 재밌다. 햇살이 강하면 더 예쁘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떠다니는 비눗방울. 누구나 어린 시절 천진난만했던 모습을 떠올린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비눗방울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비눗방울 놀이가 매번 즐거운 것은 아니다. 생각대로 잘 불어지면 기분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금방 짜증을 낸다.

비눗방울을 만들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비눗방울을 빨리 보고 싶다고 급하게 불어선 안 된다. 터져 버린다. 너무 천천히 불어도 그렇다. 조심조심 불면 더 큰 방울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항상 맘에 드는 크기는 아니다. 솔직히 큰 방울을 만들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중간에 터져버려 아쉬움만 가득할 때가 더 많다.

이제 막 비눗방울 놀이를 접한 꼬맹이에겐 맘대로 되지 않는 비눗방울 놀이가 야속하다. 그렇게 비눗방울 놀이는 어린아이의 맘을 들뜨게 하면서도 속상하게도 한다. 비눗방울에 새겨진 무지갯빛이 아름답긴 하지만, 항상 맘대로 되진 않기에 절대 쉬운 놀이도 아니다.

요즘엔 전동모터를 달아 일정하게 공기를 투입하면서 많은 양의 비눗방울을 속사포처럼 만들어내는 기구가 더 인기다. 비눗방울을 잘 만들기 위해 조심조심 불어야 하는 정성과 노하우는 따로 필요 없다. 그저 방아쇠만 당기고 있으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눗방울에 연신 탄성만 나온다.

실세 부총리라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짧은 이 기간에 벌써 많은 일이 벌어졌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이 압권이다. 부총리로 내정되자마자 그의 입을 통해 쏟아진 경제정책 방향은 민심을 여당으로 돌려놓은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에서 받은 중간 검증은 청와대와 여당을 한껏 들뜨게 하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최 부총리를 싸고돌며 힘을 실어준다. 제대로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이 글로벌 위기를 넘자며 ‘헬리콥터 벤(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대듯이 양적 완화 정책을 편 벤 버냉키 전 미 연준의장의 별명)’을 등장시킨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환율 플레이로 이 대열에 들어선지 오래다. 섣부른 평론가들은 눈엣가시 같은 아베에 빗대 ‘최경환 노믹스’란 이름을 붙여줬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한 달간 엄청난 양의 부양책을 쏟아냈다. 관련 부처는 찍소리도 못한다. 한편에선 헬리콥터를, 또 다른 편에선 아베의 황소고집을 연상시킨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비눗방울과 비슷하다. 국민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모든 사람이 보기에 즐겁다. 그러나 그 방울이 언제나 생각한 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살 조심조심 불며 강약을 잘 조절해야 기대한 비눗방울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즐겁다.

오는 14일엔 한국은행이 최경환 노믹스에 동참할 지도 관심이다. 많은 언론이 일사불란한 경제팀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전동모터를 단 비눗방울 기구를 요구하는 듯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이 방아쇠를 당긴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아주 세게….

그러나 너무 빨리 쏟아내면 비눗방울액도 금방 없어진다. 그때 받을 어린아이의 상처도 눈에 선하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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