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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이젠 좋았던 시절만 떠올려라

  • 2014.10.23(목) 15:11

KB금융이 드디어 큰 매듭을 하나 풀었다. 어제(22일) KB금융그룹은 윤종규 전 부사장을 차기 그룹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내부 출신이라 할 순 없지만, 탈 많은 배의 선장으론 제격이다.

강력한 후보였던 하영구 행장을 따돌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윤 전 부사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족한 사람’이 2차 투표까지 가면서 선택을 받은 것은 그만큼 ‘조직 안정’에 방점이 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하 행장이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기보단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노조와의 갈등 요인도 아예 자르고 가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다. 그의 말처럼 KB인으로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되찾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KB처럼 거대한 조직에서 수년간 꼬일 대로 꼬인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 이해당사자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조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원하던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된 만큼 기본적으론 우호적이다. 그러나 KB금융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노조의 이해와 상충할만한 사항은 널려 있다. KB금융에서 좋았던 시절인 故 김정태 행장 시절에도 국민, 주택 합병 후 사실상의 인력 구조조정을 했었다. 재교육이라는 명분을 대기는 했지만….


윤 회장 내정자가 제일 먼저 할 일은 행장 선임이다. 회장과 행장 겸직 문제도 사실상 이제부터 이사회와 논의해야 한다. 이사회와는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 불편한 사항이라고 해서 쟁점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또 다른 불씨만 될 뿐이다.

김영진 회장추천위원회 의장은 내정자 발표 후 “윤 후보가 인터뷰에서 KB 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윤 회장 내정자가 KB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은 ‘잘한다, 잘한다’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에서 자긍심은 결국 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리딩’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고통을 전제하지 않고선 될 일이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KB 경영진의 내분 사태 와중에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긴 했으나, 이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잔혹한 KB금융그룹의 인수•합병(M&A) 역사에서 성과를 보이긴 했으나, 솔직히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서 손해보험사는 시너지를 많이 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서 손해보험사를 지배하는 곳이 없는 이유다.

기업의 성장은 결국 M&A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故 김정태 행장이 ‘소매+소매여서 시너지가 없다’는 엄청난 비판에도 ‘국민+주택’ 합병에 뛰어든 이유다. 그런 아이디어와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KB인으로서의 자긍심도 채워질 수 있다.


KB금융의 이사회 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대로 된 지배주주가 없는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다. 사외이사는 보통 자문과 조언이 핵심이다.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는 사람은 회장뿐이다. 주주는 회장을 보고 주식을 사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사외이사의 역할이 KB금융에선 달리 표출된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사실 이런 이사회 제도는 현재의 윤 회장 내정자를 삼고초려해 영입한 故 김정태 행장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던 국민연금 측 인사를 쫓아내면서까지 만들었던 그 이사회다. 그것을 지켜본 윤 회장 후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국민연금을 다시 이사회 멤버로 모셔와야 할지도 모른다. 마침 내년 3월 현재의 KB금융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임기다. 이사회 제도를 손볼 절호의 기회다.

이제 KB인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좋았던 시절을 떠올려야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다행히 윤 회장 내정자는 KB금융의 좋았던 시절을 함께 일궜던 사람이다. 그때도 나쁜 일은 있었다. 앞으로도 좋지 않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더 떨어질 나락도 없다는 담대함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KB인들이 찾아야 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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