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경상수지에 대한 오해와 이해

  • 2015.06.08(월) 13:05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경제의 절대선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다. 경상수지는 총공급과 총수요의 갭으로 나타나므로 흑자나 적자보다는 중장기 균형이 바람직스럽다.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경험칙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1998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는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IMF 사태이후 흑자가 누적되었지만,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내수부진에 시달리게 되었다. 오히려 성장률이 저하되며 흑자가 확대되는‘불황 속 흑자’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주권’이라는 슬로건 아래 가계를 희생시켜서라도 경상수지 흑자만 이룩하면 된다는‘흑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함을 설명해준다.


간단명료한 국민소득 항등식을 통하여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의 의미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국민소득(Y)은 소비(C)와 투자(I)를 더한 데다 경상수지 즉 수출(X)과 수입(M)의 차를 합한 것이다.

즉 국민소득 항등식은
   Y = C+I+(X-M)  ...(1)

식 (1)을 다시 정리하면
   Y-(C+I) = X-M  ...(2)

식(2)에서 국민소득(Y) 즉 총공급과 총수요의 갭이 경상수지로 나타난다. 총공급이 총수요(= C+I ; 소비+투자)보다 크면 경상수지 흑자, 반대로 총수요가 더 크면 적자가 된다.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는 총공급과 총수요의 불균형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국민소득 항등식이 시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살펴보자.

첫째, 식(2)는 경상수지가 균형일 때, 경제가 원활하게 순환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흑자나 적자,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수준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특별이익을 얻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쉬운 예로, 외환시장 개입으로 가격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수출은 늘어나지만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는 가계 부담이 된다. 다른 예로, 중국의 대미흑자가 크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약 1/6 정도로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 차이는 그만큼 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 식 (2)에서 경기회복으로 총공급이 늘어나도, 소비수요나 투자수요가 더 크게 확대되면, 경상수지는 악화되기 쉽다. 경제개발 초기단계, 자본축적이 미미한 반면에 투자수요, 소비수요가 높을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제성장 과정에서 하나의 필요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축소 내지 흑자달성은 국민경제의 최선의 목표가 된다. 가계를 다소 희생해서라도 흑자를 달성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 진행되고 어느 정도 자본축적이 이뤄지면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 흑자보다는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지속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된다.

셋째, 식 (2)에서 총공급 증가 즉 더 많이 생산하면 경상수지흑자가 되고, 총소비 증가 즉 더 많이 소비하면 적자가 된다. 해외수요부족으로 총공급(Y)이 줄어들더라도, 소비수요(C)나 투자수요(I)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 경상수지흑자는 오히려 증가한다.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내수부족으로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흑자가 확대되는 현상이 한국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소위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다. 불황 속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될 경우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 악화시켜 국민경제를 점점 더 멍들게 할 우려가 있다.

넷째, 식 (2)을 다시 정리하면
    (Y-C)―I = X-M  ...(3)

식 (3)에서 경상수지(X-M)는 총저축(Y-C ; 총소득 - 총소비)과 총투자(I)의 차이로 나타난다. 저축이 투자보다 크면 경상수지 흑자, 반대로 투자가 저축보다 크면 경상수지 적자가 된다. 저축과 투자 또한 더함과 덜함이 없는 균형이 가장 바람직한 상태임을 의미하고 있다. 저축도 늘고 투자도 늘어나는 것이 바로 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성숙해진 경제구조에서 저축은 그대로이면서 투자가 위축되면, 경제는 활력은 잃게 되어 중장기 성장잠재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저축률이었다. IMF 구제금융사태도 경제의 뿌리인 가계가 튼튼하여, 가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가계저축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이제는 최저수준에 이르렀다.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수출지상주의의 부메랑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