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

  • 2015.08.03(월) 10:20

한 나라 경제의 침체는 돈이 돌지 않는 것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돌고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는, 돈의 풍요 속 빈곤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돈을 웬만큼 풀어도 돈이 돌지 않다보니, 한쪽은 돈이 `홍수`가 되어 넘쳐흐르고, 다른 쪽은 `가뭄 귀신`이 들어 메마르다. 4대강에는 썩어가고 있는 물이 넘실거리는데, 인근 논밭에서는 쩍쩍 갈라지는 땅을 보는 것과 같다.

돈이 돌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물론, 고령사회에 대한 불안으로 생긴 소비심리 둔화,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에 따른 유통단계 축소 등도 부분적 원인이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반대방향으로 도는 돈을 돌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가계의 소비수요기반 붕괴다.

통계청 2014년 가구동향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소득 1분위(하위 20%) 천만 명 이상의 1인당 연간소득이 700만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월 60만원이 채 안 되는 소득으로 집세, 쌀값, 약값 등을 내고나면, 무슨 소비여력이 있겠는가? 소수 부자들의 소비성향이 제 아무리 높더라도 한사람이 천사람, 만사람 몫을 소비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부자들은 해외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돈이 돌기 어려운 지경이다.

가계의 소비활동이 침체되면 피할 수 없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과도한 빈부격차는 서민, 가계뿐만이 아니라 결국은 부자나 대기업에게도 타격을 입힌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도 가계의 소비능력이 부족하면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초원이 황폐해지면 백수의 왕 사자도 먹잇감이 없어지고 결국에는 생존이 불가능해지는 이치와 같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이 자금의 잉여 주체가 되고, 가계는 자금의 적자 주체라는 기형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계가 여유자금을 예금, 채권, 주식 투자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투자자금을 조달 받는다. 그런데 상당수 대기업들은 유보자금이 넘쳐나는 반면, 가계는 (악성)부채에 시달리는 비정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마련인가?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는 혹여 금리가 오를 까봐 전전긍긍하고, 재변(財邊) 인사들은 저금리의 폐해를 들먹이고 있다.

가계 안정보다 기업위주의 정책이 계속된 결과, 그 부작용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생각건대, 수출부진도 국내 소비수요 부진에 따라 투자수요가 줄어들며 초래되는 부작용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도 연구실보다는 산업현장에서 장인들의 의하여 더 많이 달성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도 경제력 집중 현상이 더 이상 악화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내다보아야 한다.

돈의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느 한쪽 부분만을 관찰하고 거시경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다가는 문제를 더욱 그르칠 수 있다.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데, 가뭄 대책이나 홍수 대책 어느 한부분에 골몰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거시 정책과 미시 대책을 혼합하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사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 부분에 치우친 대책을 수립하는 `구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회 복지가 아닌 경기 회복 차원에서도 법인세, 소득세의 획기적 개편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률이 제로 수준으로 물가가 마이너스 조짐을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금리는 제로금리 수준으로 과감하게 내려 뭉쳐 있는 돈을 돌게 하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에도 가격보다는 거래활성화로 돈을 돌게 하여야 한국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 DTI(총부채상환비율)나 LTV(담보인정비율)를 조정하여 가계담보대출 증가를 예방하는 동시에 취·등록세는 전면 폐지하는 조치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실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면 돈은 저절로 돌아간다. 또 돈이 제대로 돌아가면 경제순환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가계로 하여금 없는 돈을 억지로 쓰게 할 수는 없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굴레는 줄기차게 소비를 부추겼던 경기부양책의 저주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답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정말이지 너도나도 타성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