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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독립성은 왜 중요한가?

  • 2014.02.20(목) 10:26

금본위제도가 폐지되고 관리통화제도가 되면서,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의 기능은 국민경제에 절대 절명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권위주의에 빠져 시장에 군림하거나,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독립성이 훼손되면 경제 질서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금 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이 급변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요지부동이었던 기준금리가 조만간 상당 폭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새 중앙은행 총재는 엄청나게 벌어진 대내외 금리 차이, 어려운 (서민)경제상황을 직시하고, 각계의 경기부양의지에 부응하여 기준금리를 몇 차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시장은 중앙은행이 시장과 정부와 대화하면서 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와 엇박자(?)를 냈던 경직된 통화정책의 반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자칫하다가는 실물시장과의 조화보다는, 정부 정책에 앞장서서 장단 맞추려는 인사가 중앙은행 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자칫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실물부분이 아무리 활발하게 움직여도 이에 상응하지 못하고 금융부분이 넘치거나 모자라면 경제구조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돈의 가치가 흔들려 금융부분이 실물부분과의 균형을 상실하게 되면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누군가는 특혜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실을 입게 된다. 경제의 혈액과 같은 통화량, 경제의 혈압과 같은 금리가 적정수준을 이탈하면 곧바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돈을 많이 푸는 것도 위험하지만 돈줄을 잘못 조이는 것 또한 큰일 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해도 사회불안이 일어나지만, 디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필요 없이 상승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된다.

 

말이야 쉽지만,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균형점을 찾고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금리 주가 환율뿐만 아니라 성장 물가 고용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대내균형뿐 만이 아니라 대외균형까지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여간 크지 않다.

이렇듯 중요한 기능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은 업적을 내세우기 어려운, 외로운 길을 가야 한다.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국민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여도 그 공로를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된 통화관리의 후유증은 머지않아 드러나고 사람들은 중앙은행을 원망하게 된다. 손가락질 당하기는 쉬워도 박수 받기는 어려운 것이 중앙은행의 한계인지 모른다. 독일경제 부흥에 이바지한 독일연방은행도 참을성 있게 시장과 대화하다가 수십 년이 지나서야 각국의 신뢰와 찬사를 동시에 받기 시작하였다.

 

독립성은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존중하는 것이지, 고집을 부리거나 시장을 깔보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공고해진다. 그 때 시장을 왜곡하려드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은 스스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중앙은행이 외부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시장과 소통하고 대화하기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군림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위에 조아리고 굽실거릴수록 힘없는 아래에게는 더 거들먹거리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있었던 세상사의 한 면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돈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들 먹고 사는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의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이지 유식한 사람 머릿속에서 맴도는 형이상학적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돈이 구석구석에 뭉쳐 있지 않고 순조롭게 돌도록 하는 일이 바로 중앙은행의 책무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은행 책임자를 많은 나라에서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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