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고 있던 김씨는 노환으로 사망했고 상속인은 배우자와 외아들이다. 그가 남긴 재산은 단독주택과 시골 토지 그리고 약간의 금융재산이 전부였다.
한편, 외아들 김혼돈씨는 상속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나누던 중 혼돈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어떤 친구는 세금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고 겁을 주고, 또 어떤 친구는 10억원 정도까지는 세금이 없으니 걱정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49재를 마친 김씨는 허겁지겁 세무사에게 달려와 상담을 요청했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매매가액 기준으로는 10억원이 넘는 단독주택과 4억원짜리 토지, 그리고 기타금융재산이 1억원 정도 되었으나, 주택에는 담보대출이 6억원 끼어있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하면 순자산 기준으로는 9억원이었다.
일단, 상속인은 직계비속인 김씨와 배우자인 어머니였기 때문에 친구의 말대로 상속세 걱정은 안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세법상 상속세 계산시에는 배우자가 존재하는 경우 배우자공제의 명목으로 최소 5억원을 공제해 주고 일괄공제의 명목으로 또 5억원을 공제해줘서 최소 10억원 이상의 상속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재산이 9억원 밖에 안되는 김씨에게는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물려받는 재산이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이 주류라면 상속세가 없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미래에 발생하게 될 양도소득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내야 할 상속세가 없으면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게 되는데 그럴 경우 상속재산가액은 세법상 기준시가(공시지가)로 대부분 결정된다. 김씨의 경우 매매가액 기준으로는 주택도 10억원이 넘고 토지도 4억원에 달하였으나, 기준시가의 경우 주택은 7억원, 토지는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김씨가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국세청은 김씨가 상속받는 재산의 가치를 매매가액 기준이 아닌 기준시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며 이는 곧 김씨의 취득가액이 된다.
한편, 상속으로 물려받은 재산도 언젠가는 타인에게 양도할텐데, 김씨는 이미 본인 명의의 주택이 2채나 있으므로 상속주택을 팔거나 토지를 팔게 되면 일반세율로 과세 당할 확률이 높다. 이때 양도소득세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을 기준으로 하는 바, 취득가액이 낮아지게 되면 김씨는 그만큼 양도세를 더 내게 된다.
만약,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아 취득가액이 주택은 7억원, 토지는 1억5000만원인 상황에서 3년이 지나 주택과 토지를 각각 11억원, 5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세율 적용시 양도소득세는 대략 2억6000만원이 과세될 것이다. 그러나 상속시 취득가액을 당시 매매가액 기준인 10억원과 4억원으로 해두었다면 양도세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대략 2억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세금 차이가 나는 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매사례가액으로 부동산 중개업소의 의견서를 첨부해 신고하면 국세청이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상속재산의 평가원칙은 시가이나 부동산의 경우 시장물건처럼 제3자간에 다량으로 거래되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물건이라 판단할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이 상속개시일 기준 전후 6개월 내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택과 토지의 경우 동일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 사례는 실무상 거의 없다. 매매사례가액이 없는 경우 2군데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 의한 감정평가의 평균액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없다면 매년 공시되는 기준시가를 상속재산가액으로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김씨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상속받는 주택과 토지는 10억원, 4억원이 아니라 7억원과 1억5000만원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필자는 혼돈 속에 빠져있는 김씨에게 감정평가를 받아 상속세를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면 경우에 따라 다르겠으나 보통 거래가액의 90% 이상을 평가받을 수 있다. 만약 김씨가 주택은 9억원, 토지는 3억5000만원으로 평가 받아 이를 상속재산으로 신고한다면 미래의 양도세는 동일한 케이스를 가정할 때, 대략 1억1000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기준시가를 기준한 상속에 비해 1억5000만원을 절세하는 셈이 된다.
흔히들 상속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최소 10억원의 상속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넋놓고 있다가는 미래의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순재산이 10억원 이하라서 마냥 기뻐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영민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