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두부 시장 1위 풀무원식품이 두부 가격을 평균 5.1% 올렸다. 2013년 1월 이후 3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CJ제일제당 등 경쟁사도 가격인상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어, 연초부터 서민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풀무원식품 측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부자재인상과 최저임금상승을 들었다. 지난 8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배포한 설명자료는 “국산 콩 공급가가 kg당 4260원에서 4850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15년 국산콩의 재배면적감소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에 따른 품질저하로 국산 콩 공급가가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콩 가격은 회사 측의 설명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두부 원재료인 국산 백태(노란 콩)의 500g당 가격은 2013년 5486원, 2014년 4503원, 2015년 4290원으로 3년째 내림세다. 콩값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국내 콩 생산량(10만4000톤)은 2014년보다 25.7% 줄었다. 농가에서 콩 대신 소득이 높은 들깨 등으로 농작물을 교체하면서다.
풀무원식품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회사 내부 자료도 마찬가지다. 회사 측이 2015년 11월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g 당 백태 가격은 2013년 4817원에서 작년 9월 3968원으로 17.6%(849원) 내렸다. 풀무원식품이 투자정보와 시세에 배치되는 '부실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회사 측의 해명은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풀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2016년 들어 국산 콩 공급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고작 일주일(1월1일~1월7일) 간의 콩 가격 변동을 기준으로 두부 가격을 인상했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다.
그는 이어 "국산 콩 외에도 수입콩이 20.9% 오르는 등 다른 원부자재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 작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g당 수입 백태 가격은 2013년 1055원, 2014년 1056원, 2015년 3분기 1061원으로 일정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왜 '눈가리고 아웅식' 정보를 제공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두부 가격을 인상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회사 실적에 나와 있다. 풀무원식품의 실적은 최근 악화되고 있다. 작년 3분기(7~9월)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정도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2014년보다 89%(100억원) 감소했다. ‘어닝쇼크’에 가깝다.
그런데 어닝쇼크의 원인은 해외에 있다. 2014년 풀무원식품의 미국 법인은 17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일본과 중국 법인도 각각 78억원과 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난해 1~3분기 미국법인의 순손실은 150억원에 이른다. 일본과 중국법인의 순손실도 각각 104억원, 35억원으로 벌써 2014년 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작년 말부터 소주와 두부 등 ‘식탁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풀무원은 해외 사업 손실을 국내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콩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거짓말까지 동원됐다. ‘바른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풀무원과 가격 인상을 위한 거짓말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