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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서 그림 한점의 여유를

  • 2018.08.31(금) 09:56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지하철역에 갤러리가 있다.
오!재미동은 충무로역 지하 1층에 있다.
누구나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즐기는 그림 한 점의 여유
오!재미동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매력이다.

 


지금은 서울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는
최희정 작가가 'Looking for Galatea'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맑고 투명했던 종이가 누군가에 의해
혹은 무엇인가에 의해 하나, 둘
계속 새로운 주름을 갖게 됩니다.


기술의 발달로 편리해짐과 동시에
개인이 소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주름들로 복원됩니다.


갈라테이아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에 나오는 조각상 이름인데요.

 


저만의 새로운 피그말리온을 통해
기술 발달과 함께 너무 빠르게만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시간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은 없는지
생산성이나 효율성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가치절하된 다양한 것들은 없는지


예술가만이 가지고 있는 눈을 통해
또 예술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최 작가는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이번 개인전 준비로 잠시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는데요.
독일에선 영화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 아시겠지만
영상예술과 설치예술이 융합된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저의 첫 개인전입니다.
작가로서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오!재미동 갤러리는 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공간으로 남을 것 같아요."

 


박예지나 작가 역시 지난 7월에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고요한 관찰'을 주제로
자연과 살을 맞대고 작업하면서 풀어낸
작은 관찰이 담긴 공감각적인 이야기로
관람객들과 만나고 소통했다.
 

 

신진작가에게 개인전은 뜻깊을 수밖에 없다.


"'작은 행복을 발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떤 관람객이 방명록에 남긴 글입니다.

전시회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즐겁습니다.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시간이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온기와 배려
경청과 호기심이 만나
상생의 에너지가 생기고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이
그 에너지의 흐름 어딘가에서
다음 작업의 주제가 스멀스멀 떠오르죠.


이런 변화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안준영 작가에게도 오!재미동 갤러리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3년 12월 한 달 동안
'뒤집힌 요람'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했어요.


학부 졸업 후 몇 해 동안의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아 기회가 간절하던 시기였죠.


크고 작은 전시 공모에 지원하다가
오!재미동 신진작가 공모를 만났습니다.

 

    
작업을 이어갈 활로를 찾던 제게
졸업 후 첫 번째 개인전을 마련해준
아주 소중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오!재미동은 전시회 관계자분들이
작가나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이곳에서 전시 경력을 시작한
좋은 작가분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숨겨진 신진작가도 발굴하면서
꾸준함을 잃지 않는 공간으로
지속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오!재미동 갤러리 이진희 큐레이터는
7년째 신진작가와 관람객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어느덧 7년이 되었어요.
2011년 3월 처음 이 일을 맡았을 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전공이 신문방송이기도 했지만
공간만 있고 세부계획이 없었어요.


그런 어려웠던 시기를 넘어
한해 한해 계속 달려오다 보니
많은 신진작가가 희망하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자랑은 아닌데 공모 경쟁률이 10대1입니다.


1년에 두 번 신진작가 공모를 하는데
이번에도 9월 2일까지 접수를 하니까
관심있는 작가분들은 많이 지원해 주세요."

 


신진작가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이유가 뭘까.


"공모전을 통해 신진작가를 발굴하게 되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전시 리플렛과 타이틀 제작은 물론
전시품 운송료 등도 지원합니다.


목마른 사람에겐 물이 꼭 필요하잖아요.
오!재미동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은데
신진작가님들의 열정과 관람객들의 응원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종일 알바해서
몸도 마음도 지쳤었는데


복잡한 마음이 싹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잘 보고 갑니다.'


누군가 방명록에 기록한 글이다.

 

오!재미동 갤러리는

지나가는 소낙비를 피해
잠시 쉼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충무로역을 지날 일이 있다면 
오!재미동 갤러리에 잠시 들러
그림 한 점의 매력과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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