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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을 희망해본다

  • 2020.04.24(금) 09:59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뮤지컬을 전공하는 박수민 씨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되었지만

신입생 때보다 더 혼란스러운

캠퍼스의 봄을 맞고 있다.

"보통 3학년에 올라가면

졸업공연이다 정기공연이다

1년 동안 공연 경험을 쌓으면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같이 만나거나 모일 수 없어서

무척 답답한 상황입니다.

3학년 때는 졸업 후 오디션에 대비해

이런저런 무대에도 많이 서 보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정말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많이 불안해요."

"학교 연습실 사용은 제한되어 있고

일단 모이지 못하니 연습도 못해요.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죠.

설령 5월에 개강을 하더라도

공연을 준비하기엔 너무 늦거든요.

다들 같은 입장이라 말은 안 해도

속상한 마음들이 가득해요.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고 있어요."

같은 과에 재학 중인 김다연 씨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학교생활도 그렇지만

비싼 학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서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려 했는데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도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어요.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가게들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커요.

지금은 부모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전 20학년도 학회를 맡았어요.

입학 전에 신입생들을 만나서

얼굴도 익히고 친해져야 하는데

아직 인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신입생들이 캠퍼스 생활도 낯설고

또 한편으론 두렵기도 할 텐데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됩니다.

신입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선배들 덕분에 캠퍼스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신입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오던 배우의 꿈이 바뀌었어요.

누구나 배우를 꿈꿀 때는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멀리서도

많은 이들에게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코로나19로 힘들고 또 아파하는

많은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잠시라도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된다면 지금의 선택이

참 보람되고 좋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죠."

박수민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사람들에게 항상 신선함을 주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지만

제게 맡겨진 그 역할들을 통해

제가 먼저 행복해진다면

보는 분들도 그럴 것 같아요.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나둘씩 쌓아간다면

저는 늘 같은 박수민이지만

그 역할에 맞는 또 다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만날 수 있다면

항상 신선한 배우 박수민으로

저도 관객도 행복해질 것 같아요."

“다연이도 마찬가지이지만

저도 아르바이트를 갑작스레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인사동에서 일을 했는데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져버린 거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친구들과 서로 하소연도 하는데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이

그냥 블랙코미디처럼 다가와서

그냥 서로 웃기도 해요."

"저와 비슷한 또래들은

코로나19는 물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어요.

과연 어떤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질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이 와중에 생각지 못한 코로나19까지

현재가 더 불투명한 암흑같이 느껴져요.

암전된 무대에서 한가운데서

라이트 조명 하나가 저를 향해 켜질 때

가끔 그런 생각들이 지나가요.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저 빛줄기처럼 내 인생에도

찬란한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겠지.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웃고

또 땀 흘리며 연습했던 일상들이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

지금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서로 마주 보며 웃던 일상의 사진들이

더 특별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과연 다시 이 일상들을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기대하고 희망해본다.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낸

봄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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