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회에서는 최근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가 '정경유착'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다수의 장치를 마련중이다. 반면 경제계는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자, 경영권 유지비용이 크게 높아질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쟁점이 된 항목들을 이슈별로 알아본다. [편집자]
2010년 일본 닛케이225 지수에 포함된 회사의 80% 이상이 전자투표제를 채택했다. 그 해 8월 우리나라 예탁결제원이 인터넷 기반 전자투표시스템 'K-vote'를 마련했지만 전자투표제 이용률은 낮았다. 당시 1700여개사 상장사 중 79개사만 전자투표제를 채택했다. 5%도 안되는 수치다.
전자투표제란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웹이나 이메일 등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9년 우리 상법에 도입돼, 2010년부터 시행됐다.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 방법으로는 직접 출석하는 방법과 서면을 통한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전자투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 모바일을 통한 의결권행사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초반에는 실제로 적용하는 기업수가 적었다가 2015년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2015년 폐기될 예정이었던 섀도보팅(Shadow Voting)제도가 전자투표제와 전자위임장을 도입한 기업에 한해 허용된데 영향을 받은 것이란 해석이다. 섀도보팅 제도는 '중립적 의결권 행사제도'라고 불리며 주주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지 않도록 출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실제 현장의 찬반 비율로 나눠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섀도보팅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실시한 기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주주총회를 형식적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 2015년에 폐지하기로 했다가 올해까지 유예됐다. 따라서 올해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 전자투표 이용 회사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소수주주 주총 참여율 높여야"
전자투표제 의무화 방안은 소수주주들의 발언권 확대를 위해 추진됐다.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워 소수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가 3월 셋째 혹은 넷째 주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주총장소도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다. 한 명의 주주가 동일한 날짜에 개최되는 다수 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주장하는 쪽은 편의성이 높아 소수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의 참여율이 올라가는 만큼 소수의견이 반영돼 대주주 전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야 4당은 상법개정안중 다중대표소송제와 함께 전자투표제를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 "기업에 부담이 큰데 굳이 의무화해야 하나"
한국경제연구소는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도를 기피하는 이유로 기업들이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영권 유지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완진 한국외대 교수는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주주들의 의결권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서면투표제나 의결권대리행사 등 여러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데 이것을 굳이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시행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최 교수는 기업의 IT인프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손해를 기업이 전부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해킹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전자시스템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