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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⑤일동제약, 3세 승계 완성 '후디스'

  • 2018.10.11(목) 11:27

경영권 분쟁 시달리던 일동제약, 이젠 후디스 숙제
편입? 독립?…창업자 일가 vs 창업공신 갈등 '잠복'

활성비타민 아로나민골드로 유명한 일동제약은 3세 윤웅섭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동제약 창업자는 윤 사장의 조부 고(故) 윤용구 회장이다.

역사는 194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장약을 판매하던 극동제약이 모태다. 극동제약은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난에 부딪히며 매각을 물색했고, 당시 해열제 '홍진산'으로 잘 나가던 삼양공사 운영자였던 윤용구 회장이 인수자로 나섰다. 윤 회장은 극동제약을 인수한 후 회사 이름을 일동제약으로 바꿨다.

일동제약은 1975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이듬해인 1976년 윤 회장의 차남 윤원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했다. 2013년 4월에는 윤원영 회장의 장남 윤웅섭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의 돛을 달았다. 하지만 3세 경영의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 연이은 경영권 분쟁에 가시밭길 3세 경영

일동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유독 경영권 분쟁에 자주 휘말렸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말 일동제약 주주구성을 보면 윤원영 회장 일가가 27.8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주주 이호찬 12.57% ▲개인주주 안희태 9.85% ▲녹십자생명보험 8.28% ▲피델리티 9.99% ▲환인제약 6.68% 등 다수의 주요 주주들에게 포위된 모양새였다.

실제로 개인주주 안희태 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세 경영인 윤웅섭 사장(당시 일동제약 사내이사)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회사를 대상으로 연이어 경영권 이슈를 제기하다 결국 2013년 5월 지분을 팔고 떠났다.

안 씨는 당시 주당 8700원 수준이던 일동제약 주식을 1만3700원에 넘겼는데 이렇게 비싼 값에 지분을 받아준 곳은 씨엠제이씨라는 이름의 윤원영 회장 개인회사였다. 자신들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개인주주 지분을 고가에 매입한 사실 자체가 당시 일동제약 창업주 일가가 얼마나 경영권 방어에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경영권 분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경쟁사인 녹십자가 또 다른 개인주주 이호찬 씨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당시는 일동제약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던 시기여서 더욱 민감했다. 녹십자의 개입으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3세 경영으로 가는 길목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개편은 그렇게 발목이 잡혔다.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은 2015년 7월 녹십자가 지분 전량을 팔고 떠나면서 일단락했다. 이후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회사 전환을 다시 추진했고 재수 끝에 성공했다.

현재 지주회사 일동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윤원영 회장 14.80%, 윤 회장의 부인 임경자 씨 6.16%, 윤웅섭 사장 1.12%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28.35%를 보유하고 있다. 공익법인 송파재단도 7.02%를 가지고 있다. 송파재단은 윤원영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으며, 본인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동홀딩스의 주주 구성을 보면 아직은 2세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구조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따로 있다.

수년 전 경영권 이슈를 제기하던 개인주주에게 비싼 가격에 일동제약 지분을 매입했던 씨엠제이씨가 그 주인공이다. 씨엠제이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일동제약 주식을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바꿔 현재 16.98%를 가지고 있다.

씨엠제이씨는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로 출발했으나 지난 2015년 자신의 지분 100% 중 90%를 장남 윤웅섭 사장에게 넘겨줬다. 일동홀딩스의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대신 그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를 물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윤웅섭 사장이 직접 가지고 있는 일동홀딩스 지분은 1.12%에 불과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씨엠제이씨를 통해 일동홀딩스 지분 16.98%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과거 자신들을 겨냥했던 경영권 분쟁의 상처가 지금은 승계의 디딤돌로 변모한 셈이다.

 

 


# 창업자 vs 창업공신... 일동후디스 어찌하나

일동제약이 3세 승계를 확실하게 완성하려면 계열사인 일동후디스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일동홀딩스는 2017년 3월 31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2년 후인 내년 3월 말까지 법이 정한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최소 20%, 비상장사는 40%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동홀딩스의 일동후디스 지분율은 29.91%에 불과하다. 일동후디스가 비상장사인 만큼 지분을 10%포인트 이상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동후디스는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 일가가 45.58%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주주들도 상당수가 이 회장의 우호주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동홀딩스가 일동후디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이 회장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약사 출신인 이금기 회장은 일동제약 원년 멤버는 아니지만 전 직원이 열 명도 안 되던 1960년 입사해 일동제약의 상징 '아로나민' 탄생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1984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1993년엔 창업자 윤용구 회장이 타계하자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1995년엔 전문경영인 최초로 만장일치로 제약협회 회장에 추대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금기 회장에게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 못지않은 애정 어린 회사다. 1996년 일동제약이 일동후디스(인수 당시 이름은 남양산업)를 인수한 후 경영난에 봉착하자 이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서서 회생시켰다. 현재 가지고 있는 일동후디스 지분도 외환위기 당시 모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직접 증자에 참여하면서 확보했다.

이처럼 사연 많은 일동후디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자금력만 앞세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제약업계 일부에선 일동후디스를 상장하면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20%로 낮아지는 만큼 요건 충족이 쉬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지만 이 역시 최대주주인 이금기 회장의 동의가 없으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금기 회장과 아들 이준수 일동후디스 사장은 일동후디스 지분 3.96%, 일동제약 지분 5.76%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이 지분을 일동후디스와 맞교환하면서 이금기 회장 일가가 명실상부하게 일동후디스 독립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는 역으로 일동제약 창업자 일가의 동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윤원영 회장 등 일동제약 창업자 일가는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동홀딩스 관계자는 "일동후디스 지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길어야 6개월이다. 일동홀딩스는 내년 3월까지 일동후디스를 자회사(지분율 40%)로 편입할지 아예 매각할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요건에 따라 2년간 더 유예를 받을 수도 있다. 법이 정한 유예조건은 ▲급격한 주가변동 ▲주식처분금지계약 ▲기타 주식취득·처분이 곤란한 경우이다. 이중 일동후디스에 해당할 수 있는 조항을 굳이 따지자면 '주식 취득이 곤란한 경우'다.

그러나 이 사유를 공정위가 받아들여 2년 더 시간을 벌게 되더라도 논란은 남는다. 한쪽은 일동후디스 주식을 사길 원하고 한쪽은 팔지 않겠다고 맞서는 국면은 곧 일동제약 창업자 일가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화한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에 시달려온 일동제약. 이제 일동후디스 문제를 놓고 또한번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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