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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사후면세점 '계약사기' 논란

  • 2016.06.13(월) 17:39

'올해초 영업 가능' 약속했지만 아직도 매장 못열어
계약자들 소송.."중대 사실 감춘 채 계약한 건 사기"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매장 입점권을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사후면세점이 계약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사후면세점 개장이 몇 개월째 늦어진 데다, 최근에야 영업이 일부 시작됐지만 정작 입점을 약속받은 계약자들은 매장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면세점이란 세금이 붙은 물건을 구입한 외국인이 이후 출국장에서 세금을 돌려받는(택스 프리) 방식의 면세점으로, 시내면세점(듀티 프리)과는 차이가 있다. 이 곳에 입점을 하지 못한 다수 계약자들은 "수 천만원 넘는 입점계약금을 떼일 판"이라며 법정 다툼에 나서고 있다.

 

▲ 13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앞 '예스에이피엠' 건물 1층 출입구가 상가 운영권 문제로 닫혀있다. 건물 앞에는 구분소유자들이 면세점 운영업체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13일 법조계와 관련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1길 소재 예스에이피엠 건물에서 사후면세점 사업을 벌이려던 알지오(RGO)듀티프리는 최근 일부 입점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혐의 고소를 당했다.

 

이 사후면세점은 늦어도 2016년 초에는 점포를 영업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작년 하반기 이 곳에서 영업할 점포주들을 모집해 계약을 맺었다. 입점 보증금은 계약 구좌 1개(매장면적 약 5㎡)당 3000만원으로, 계약자들은 매장 규모에 따라 2~3개 구좌를 계약해 6000만~9000만원을 해당 업체에 납부했다.

 

그러나 입점 계약자들은 최근 면세점이 일부 개장을 한 뒤에도 영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다. 해당 건물에 대한 구분 소유권 문제로 계획된 매장의 3분의 2가량은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건물은 지하 1층(M층)~지상 8층 전체 연면적 1만9800여㎡ 규모로, 해당 업체는 지하 1층~ 지상2층 6600여㎡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일부인 지하 1층에 화장품 사후면세점인 '진선미화장품'만을 자체적으로 개장해 운영을 시작했다.

 

면세점 입점 사업주 모집을 한 알지오듀티프리는 애초 기업형 사후면세점 운영회사인 코스닥업체 엘아이에스(LIS)의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사후면세점을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소송 등을 겪으면서 사업에서는 빠져있다는 게 알지오 측 주장이다. 현재 개장한 진선미화장품은 LIS의 관계사다.

 

▲ 신촌 '예스에이피엠' 건물 지하 1층(M층)에 최근 개장한 사후면세점 진선미화장품. 출입구 앞에서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집회 차량이 놓여져 있다.

 

현재 예스에이피엠 구분 소유자들 중 일부는 이 사후면세점 업체가 건물을 임차해 영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있다.

 

예스에이피엠은 상가가 분할 분양돼 소유권이 나눠져 있는 집합건물로 구분 소유자가 1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알지오듀티프리는 구분 소유자 약 80%가 포함된 '상가활성화추진위원회'와 건물 사용 계약을 맺었지만, 구분 소유자 20% 가량은 본인 상가 운영 등의 이유로 이 계약을 반대하고 있다.

 

알지오듀티프리로의 임차를 반대하는 구분 소유자들은 작년부터 해당 업체이 이 건물 일부를 임차해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사와 맞지 않는다며 법정 공방을 시작, 지난 3월 서부지법으로부터 매장 개장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 중단 가처분 판결을 끌어낸 상황이다.

 

알지오측은 판결 이후 공사를 중단했으며, 현재 진선미화장품이 이미 정비를 마친 지하 1층 일부에서는 영업을 시작했다. 계획된 나머지 부분은 점유 문제 등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지 못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 사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13일 현재 신촌 '예스에이피엠'에서 영업중인 사후면세점 진선미화장품 내부 모습.

 

이런 상황 속에서  알지오듀티프리와 입점 계약을 맺은 이들은 "영업을 하지 못해 금융 이자와 영업상 손실을 뒤집어 쓰고 있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계약 시점에 아직 상가 운영권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을 들어 '사기 계약'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 면세점에서 판매사업을 계획했던 한 입점 계약자는 "알지오측이 곧 영업을 시작할 수 있고 개장하면 중국인 판매원까지 지원하겠다고 해 매장 오픈 준비를 다 해놨는데 영업을 못해 날이 갈 수록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계약자는 "구분 소유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중이어서 권리관계나 사업 일정이 불명확한 데도 알지오가 계약을 유도했다"며 "사업에 중대한 사실을 감춘 채 입점 사업자를 모집한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알지오듀티프리 측 고위 관계자는 "구분 소유자 일부의 반대 탓에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계획보다 전체 개장이 늦어진 상태"라며 "정상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오는 9월께면 해당 계약자들이 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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