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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과열 이후]②'키 맞추기' 기대감, 혹하다간…

  • 2017.07.17(월) 17:16

대책 후 강남3구외 지역 집값 뜀박질 '가속'
휴가철 지나면 '금리·대출·입주' 3대변수 현실화

지난 5월 대선 직후 나타난 주택시장 과열은 하반기에도 지속될까? 열기를 뿜던 서울 등 일부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은 정부가 6.19 대책을 내놓은 뒤 다소 안정세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휴가철 비수기를 맞으면서도 다시 온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여름 이후 주택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요 주택시장 분석기관들의 하반기 전망을 종합해 내다본다.[편집자]

 

"대책 약발은 다한 듯하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지난 주(7월 둘째주) 시장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6.19대책 발표 후 2주 가량 둔화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달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어서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고 휴가철까지 시작됐지만 잠시 위축됐던 주택 매수세는 강남권에서 범위를 넓혀가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한정된 강남 재건축 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가격 측면의 '키높이'를 맞추려는 주변 지역들 집값 상승세도 무주택 수요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게 주택시장 분석기관들의 예상이다. 추가 금융규제, 금리인상, 입주아파트 증가 등 전반적으로 하방 요인이 큼지막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 대책 전후 달라진 '집값 상승 지역'

 

▲ 6.19대책 전후 서울 구별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률(자료: 한국감정원)

 

올들어 서울 주택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때는 6.19대책 1~2주 전인 5월 다섯째주와 6월 첫주(기준일 5월29일, 6월5일)였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이 두 주 주택가격 상승률은 모두 0.28%를 기록했다. 이후 대책을 한 주 앞둔 6월 둘째주(6월12일) 0.18%, 대책 직후인 같은 달 셋째주(6월19일)와 넷째주(6월26일) 각 0.12%, 0.11%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흐름이 바뀌었다. 첫 주(7월3일) 상승세가 멈춘 뒤(0.11%), 이어 둘째주(7월10일)에 0.14%로 상승폭이 다시 확대된 상황이다. "대책이 효력을 다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대책 전 6월 둘째주(6월9일) 0.45%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대책 후인 6월 다섯째주(6월30일) 0.16%로 떨어졌다가 이달들어 0.2%, 0.29%로 연이어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전체 집값 변동률의 오르내림 속에 달라진 부분도 있다. 대책 이전에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다면, 대책 발표 이후에는 그외 지역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진 대목이다.

 

5월 마지막주 서울 변동률 상위 5개구는 ▲강동 0.71% ▲송파 0.61% ▲강남 0.5% ▲양천 0.47% ▲서초 0.4% 순이었는데 7월 둘째주 상위 5개구는 ▲노원 0.31% ▲강서 0.23% ▲성동 0.2% ▲중 0.19% ▲마포 0.15% 순이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이달 둘째주 변동률 상위 5개구는 ▲성동 0.64% ▲송파 0.55% ▲금천 0.46% ▲동작 0.46% ▲노원 0.43%였다. 송파를 제외하곤 강남 4구가 아니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잠깐 주춤했던 시장이 투자수요뿐 아니라 실수요 움직임도 활발해지며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 전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달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오를 곳 있겠지만..순식간 얼어붙을 수도"

 

▲ 서울 전체 아파트가격지수 변동률 추이(왼쪽), 재건축·일반아파트 가격 변동률(자료: 부동산114)

 

시장 분석기관들은 올 하반기 주택 매매시장 활기가 상반기에 비해서는 떨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은 소폭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지방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지겠지만 전국 평균적으로 가격이 꺾이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감정원이 지난달 대책 발표 시기 전후 전국 협력 공인중개사 24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보합 의견이 전국 63.8%(수도권 66.1%, 지방61.8%)로 가장 많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소폭 상승 의견(12.2%)이 많았다. 상승 쪽을 점친 응답자는 수도권의 경우 매매 전환수요(25.4%)와 정비사업 및 신규 분양시장 호조(24.6%)가 시장을 계속 끌고 나갈 것으로 봤다.

 

감정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올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전국 0.3%, 수도권은 0.4%다. 여기에는 강남 4구의 재건축 열기 지속과 기타 서울 지역의 '키 맞추기' 식 동반 상승세가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 지난달 하순 실시된 공인중개사 대상 하반기 주택가격 전망 설문 결과(자료: 한국감정원)

 

다만 상승세 지속을 가로막는 요인들도 있다는 게 여러 분석기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강남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조바심에 매수를 서두르다가 자칫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다.

 

특히 금리상승이 현실화하고,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는 신호가 급속도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속에 수요자들이 '금리 변수'에 둔감해진 상태지만 금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이 쉽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입주물량이 많은 동탄2신도시, 경기도 광주 등 수도권 외곽에서는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은 분양권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시장 수요 진입을 막고, 매물 증가를 부를 수 있는 '공급과잉' 변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올 하반기 전국 입주 예정 주택은 31만3000가구로 상반기(26만1000가구)보다 19.9%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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