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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해외건설]④체하지 않고 먹는 법

  • 2018.03.08(목) 11:01

도급형 입찰경쟁 여전히 치열, 수익 악화 불가피
투자개발형 확대 절실, 핵심인 '금융조달' 역량 못미쳐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될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지난해 3월 터키 차나칼레 주의 랍세키(아시아)와 겔리볼루(유럽)를 연결하는 총 3623미터 길이, 왕복 6차선으로 설계된 이 프로젝트가 첫 삽을 떴다.

SK건설이 대림산업, 터키 현지업체 두 곳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여기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을 우리 건설사에서 맡게 됐다는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입찰 형식이긴 하지만 건설사가 기획부터 자금조달, 지분투자, 시공, 운영 등 사업 전과정에 참여하는 투자개발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SK건설-대림산업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자금조달, 시공, 그리고 착공 이후 16년 2개월(총 194개월) 동안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한 후 터키 정부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순 시공 중심에서 '디벨로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SK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 이런 투자개발형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다. 앞서 터키 이스탄불의 유라시아해저터널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 2016년 12월 성공적으로 개통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이 사업은 SK건설이 직접 사업을 발굴해 발주처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수주로 한동안 몸살을 앓은 이후 최근 몇년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복잡성과 장기적인 투자 방식, 금융주선, 리스크 등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정책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미 포화상태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중심의 사업에서 개발형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터키 타나칼레 현수교 조감도 및 위치(사진:SK건설)

 

◇ 수익형 위주 수주한다지만 가격경쟁력 약화

국내 건설사가 주력하는 EPC 분야는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신흥국 건설사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격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인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익형 선별수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가격경쟁이 불가피한 시장이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반면 투자개발형은 단순 도급공사의 2~3배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대기업에서 자체 투자개발사업의 이익을 동일한 프로젝트를 일반도급으로 수행했을 때와의 이익과 비교한 결과 이익률이 6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정창구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부센터장은 "도급공사의 경우 평균적으로 3% 정도의 수익이 난다고 하면, 투자개발형은 10%대 수준의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운영까지 책임을 지면서 공사 완료 후에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엔 매력적인 사업모델이라는 것이다.

 



◇ 투자개발형, 현실은 '가뭄에 콩나듯'

이런 이유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투자개발사업에 집중, 수주비중은 65~75%에 달한다. 사실상 선진국 건설사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개발형사업 수주는 여전히 미미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가운데 개발형(개발공개, 개발지명, 개발수의)은 5.6%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6년 0.3%, 2017년 4.7%보다 늘어난 규모다.

금액으로 봐도 지난해 전체 해외수주 금액인 290억 달러 가운데 16억 달러에 불과하다. 2016년 9억7000만달러, 2015년 13억달러다.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하는 게 시급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통상 5년~10년, 이중 파이낸스(금융주선) 기간만 해도 1~2년이 걸리는 등 장기적인 사업인 만큼 단기 업적 중심의 국내 기업 특성상 쉽사리 뛰어들기 어렵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형 사업은 준비기간이 몇년씩 걸리기 마련인데 보통 기업 임원 임기가 1년이라고 하면 그 기간 수주 한 건을 못 따는 상황을 버틸 수 있겠느냐"고도 토로했다.

 



무엇보다 국내 건설사들의 금융주선 역량이 부족하고 정책금융 지원도 턱없이 달린다. 최근들어선 도급형 사업도 시공사에서 금융주선까지 담당하는 '시공자 금융주선형' 프로젝트 발주가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의 금융조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민관합작투자(PPP)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정책자금보다 민간금융회사의 투자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반면 국내에서는 민간 금융회사의 참여가 여전히 저조하다. 장기에 걸쳐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과 운용간 미스매치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이다. 장기 외화자금을 저리로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지만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의 지원 규모는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싸게 조달할 수 있는 금리 경쟁력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창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국내 정책금융 역량은 규모면에서 작기 때문에 여러 건들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발굴부터 개발 지원, 금융지원까지 PPP 사업의 전 단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를 오는 6월말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제 첫걸음도 떼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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