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논란이 뜨겁다. 이번엔 표준단독주택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간에 올해 상승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정·공시하는 반면 개별단독주택은 지자체장이 결정·공시한다.
국토교통부는 개별단독주택 열람(3월 15일)이 시작된지 17일(4월1일)이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이같은 상황을 파악, 지자체의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및 검증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관련기관 간에 책임공방까지 벌어지는 분위기다.
점검 결과에 따라선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낮게 산정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과 주택보유자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 뒤늦게 수습나서는 국토부
국토부는 어제(1일) 오후 늦게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019년도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즉시 점검에 착수해 명백한 오류를 지자체에 시정요구하고 산정 및 검증 과정 등에 문제가 있는지도 감사에 착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산정해 열람 중인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앞서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해 발표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표준단독주택(22만 가구)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통상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의 경우 그 상승률 격차가 지자체별로 많아야 1%대 이내였지만 올해는 최대 7%까지 벌어졌다.
이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열람이 시작된지 보름여가 지난 후였고, 정부 역시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 왜 이런일이…책임공방만
올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칼을 빼들면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큰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개별단독주택 상승률은 그게 미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를 산정하는 기관이 다른데다 민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지자체의 가격결정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국토부는 물론이고 지자체 공시가격안을 검증했던 감정원 역시 부실검증을 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국토부 간에 개별공시가격을 협의하는 절차가 없다"며 "최종 결정이 되기까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원에서도 각 지사별로 검증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최종안을 감정원 측에 알려주지 않고, 감정원이 산정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시군구별 전체적인 상승률 통계도 집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정원 측의 설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자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이지만 검증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가격결정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발견되면 이달 30일 최종 공시 전까지 시정하도록 지자체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 경우 개별공시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주택보유자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 감정기구 일원화 vs 현실적 한계, 부실검증이 문제
이같은 논란이 확산하면서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한 정책토론회에서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조사기준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적 전담기구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시가격 산정을 일원화하거나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국에 있는 220만 단독주택을 평가할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표준주택을 정해서 평가하고, 개별주택은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검증기관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애초 '고가 주택(표준단독주택)'을 겨냥해 공시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