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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살이 in 유럽]①프롤로그-'남의 집 살이'의 굴레

  • 2019.07.31(수) 13:40

'신혼부부 4년차' 기자의 이야기
내집 마련은 버겁고 남의집살이는 서럽다

기억 속 첫 집은 6살 때다. 당시 '주공 O단지'로 불리는 아파트였다. 부모님은 공공분양을 통해 생애 첫 집을 마련했다. 지방이었지만 결혼한 지 10년도 안돼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또래 친구들이 모여 있고 아파트라는 훨씬 좋아 보이는 집에 나의 만족도도 꽤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집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을 사는 서민에게 대출은 필수, 이자 부담이 커지자 동생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뒀던 어머니는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이자와 함께 늘어나는 생활비로 가계부담은 줄지 않았고, 결국 그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 이사를 갔다. 이후에도 집을 장만했다가 이자부담에 다시 팔고 전세로 가는 생활은 반복됐다.

아버지 은퇴를 앞둔 몇년 전 일이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자 부모님은 또 다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무리해서 아파트를 사는 대신 좀 낡긴 했지만 가격 부담이 덜한 단독주택을 사는 쪽으로. 대출 없는 온전한 내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모님은 '이 집이 우리 가족의 마지막 집'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단칸방에서 시작해 주공아파트로 처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이후 약 30년 동안 부모님은 전세살이와 내 집 살이를 번갈아 경험했다. 당시에는 부모님의 그 고충을 알수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부모님은 자식들의 학교에서 가깝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은 그 동네에서 살기 위해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결혼 4년차인 지금의 내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4년전 신혼집을 구할 당시는 전세난이 한창일 때였다. 전세 매물만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할 정도로 전셋집이 귀했다. 적당한 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사회 초년생으로 발이 묶인 나를 대신해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서둘러 올라와 집을 본 후 가계약금을 걸었다. 이틀 후 나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리고나서야 신혼집을 확인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시장은 180도 달라졌다. 전세난은 사그라졌고 전셋값 인상없이 2년을 더 살 수 있게 됐다. 운이 좋았다.

내년 3월이면 두번째 전세 기간도 끝난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세를 포함한 임대차 시장이 안정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금 집에서 더 살 수도 있을 듯 하다. 아니면 그 동안 모은 돈을 보태 조금 넓은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집을 사기는 버겁다. 선택지는 두가지다. 이 동네에서 조금 더 좋은 전셋집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출퇴근 거리는 좀 멀어지더라도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 집을 살 것인지다.

고민의 지점이다. 계속 전세에 살자니 언제 또다시 전셋값이 치솟을지 알 수 없다. 전적으로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선 세입자는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다시 새 집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세난민이라고도 부른다.

집값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집값은 지난 1년여 동안 훌쩍 뛰었다. 지금이라도 사는게 맞을까. 그러자니 대출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맞벌이에게도 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전세를 택하자니 지금이 아니면 가격이 더 올라 영영 내집마련을 못하는게 아닌지 두려움도 커진다.

한 세대가 지나도 '집 걱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 평생 남의 집 살이와 내 집 살이를 반복한 부모세대에 이어 요새 젊은 세대 역시 남의 집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갈수록 내 집 마련은 힘겨워지고 또 남의 집 살이의 서러움은 더해져간다. 그래도 나는 괜찮은 편이라고 위안한다. 요즘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형편은 잘 알려져 있다.

선진국은 어떨까. 그곳 사람들도 우리처럼 평생 집 걱정을 하며 살아갈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그들의 남의집살이를 들여다봤다. 유럽에서도 임대주택(사회주택) 보급이 잘 돼 있는 네덜란드와 민간 임대시장 중심의 주거시스템이지만 세입자 보호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는 독일을 찾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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