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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원점 재검토…'이대론 못 품어'

  • 2020.06.09(화) 14:32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급증…인수조건 재점검 필요
기업가치 회복 위한 지원 요구…협의연장은 공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예정이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관련 인수‧합병(M&A)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실이 당초 파악된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된 만큼 인수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을 채권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 빚더미 아시아나 이대론 못 산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합병 원점 재검토의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가장 먼저 꼽았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작년 말 기준 2조8000억원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원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계약기준이었던 작년 반기 말과 비교해 1만6126% 상승했고,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이 모두 8000억원 이상일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하면서 이번 계약 기준인 재무제표 신뢰성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2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과 차입금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과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 동의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본 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1400억원 지원을 알렸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4월 이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발송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등의 정확한 재무상태와 전망 ▲(계약체결)기준 재무제표 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 재무상태가 다른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 사용 용도 ▲차입 조건과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 제공을 포함하는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충분한 공식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인수 주체인 컨소시엄의 명시적 부동의에도 아시아나항공이 추가자금 차입과 부실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 시장에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현대산업개발의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서면으로 각자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는 등 혼선은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향후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산업은행과 이번 공문을 통해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데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인수 계약 논의가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인수 의지 피력하며 재검토 요구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계약조건의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는 동시에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을 피력했다. 인수 자체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쟁당국이 정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국내는 물론 현지 로펌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고, 러시아로부터의 승인도 조속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세웠던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따라 유상증자와 회사채 등의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며 인수자금 조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발전시켜 향후 우리나라 항공산업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위해 노력할 선관주의 의무와 그에 따른 엄격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실이 심각해진 만큼 인수 확정을 위한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계약 체결 후 4조5000억원 이상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속적인 영업실적 하락과 유동성 부족, 차입금 증대와 자본잠식 등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을 산업은행에 요청했다.

또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 회복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자본구조에 변동이 생기면 충분한 대책 마련 등 인수 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요청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관련 중대한 상황에 대한 재점검과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Long Stop Date' 연장에는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단 연장되는 경우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따른 책임이 면제 혹은 감면되는 것은 아니고 컨소시엄의 관련 권리가 변경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에 그룹 사활이 걸려있는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와 주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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