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발을 들인 순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직원은 재건축 수주 경쟁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수주 전에 참여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시공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입찰에 참여하기 전 사업성과 수주 가능성 등을 분석한 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선다. 이 과정부터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주를 하면 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인 반면 실패할 경우 그저 비용이 될 뿐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대내외적인 사업환경뿐 아니라 실적도 악화되면서 작은 사업장 하나도 소중하다. 특히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은 강남 알짜 단지거나 사업 규모가 커 건설사들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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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화된 건설업, 정비사업만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업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 증가율은 –0.09%로 전년 동기대비 3.02%포인트 하락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율 역시 1.06%로 같은 기간 2.11%포인트 하락했다. 건설경기 하락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성 지표가 하락한 것이다.
안정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역시 작년 말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비율은 49.42%로 작년 말보다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02.37%와 18.3%로 같은 기간 5.99%포인트, 1.14%포인트 상승했다.
이지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차입금 이자율이 하락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차입금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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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본격화됐던 3월 건설사들의 공공부문 수주는 전년 동월대비 5.6% 감소한 1조7586억원, 민간부문 수주는 31.5% 줄어든 9조474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수주는 신규 주택 수주가 위축돼 같은 기간 20.3% 감소한 5조633억원에 머무른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수주만 일부 양호했다는 게 건산연 분석이다.
◇ 알짜 단지, 놓칠 수 없다
국내 건설사들 전반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수주 경쟁을 펼친 대형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플랜트 등 해외사업 대신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확대한 까닭에 매출 규모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가 절실했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정비사업장이 건설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곳들이었다.
경쟁이 치열했던 신반포15차(이하 시공사 선정 위한 입찰 참여 건설사, 삼성물산‧대림산업‧호반건설)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삼성물산‧대우건설), 신반포21차 등이 위치한 반포 일대는 강남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가장 활발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이다.
3.3㎡당 매매가가 1억원에 육박한 만큼 이 일대 재건축 단지 시공권을 확보하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갖춤과 동시에 해당 건설사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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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3구역(재개발)은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해 강북 최대 규모인 이 사업장은 지난해 과도한 특화설계와 사업비 지원 등으로 인해 국토부 제재를 받은 이후 입찰제안서를 중심으로 경쟁이 펼쳐졌다.
특히 한남뉴타운 가운데 사업 진행 속도가 제일 빨라 향후 이 일대 사업장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역 수주 경쟁에서 시공권을 확보하면 브랜드 인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다른 사업장 수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