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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수주전쟁]'사활' 걸어야 했던 이유

  • 2020.06.24(수) 16:33

건설업 부진에 토목‧공공주택 수주도 줄어
강남 알짜 입지에 사업 규모도 커

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숨막히는 대결이 일단락됐다. 건설사 이름값이 수주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한 가운데 이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던 배경과 하반기 주목할만한 정비사업장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한 번 발을 들인 순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직원은 재건축 수주 경쟁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수주 전에 참여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시공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입찰에 참여하기 전 사업성과 수주 가능성 등을 분석한 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선다. 이 과정부터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주를 하면 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인 반면 실패할 경우 그저 비용이 될 뿐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대내외적인 사업환경뿐 아니라 실적도 악화되면서 작은 사업장 하나도 소중하다. 특히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은 강남 알짜 단지거나 사업 규모가 커 건설사들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악화된 건설업, 정비사업만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업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 증가율은 –0.09%로 전년 동기대비 3.02%포인트 하락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율 역시 1.06%로 같은 기간 2.11%포인트 하락했다. 건설경기 하락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성 지표가 하락한 것이다.

안정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역시 작년 말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비율은 49.42%로 작년 말보다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02.37%와 18.3%로 같은 기간 5.99%포인트, 1.14%포인트 상승했다.

이지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차입금 이자율이 하락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차입금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주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본격화됐던 3월 건설사들의 공공부문 수주는 전년 동월대비 5.6% 감소한 1조7586억원, 민간부문 수주는 31.5% 줄어든 9조474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수주는 신규 주택 수주가 위축돼 같은 기간 20.3% 감소한 5조633억원에 머무른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수주만 일부 양호했다는 게 건산연 분석이다.

◇ 알짜 단지, 놓칠 수 없다

국내 건설사들 전반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수주 경쟁을 펼친 대형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플랜트 등 해외사업 대신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확대한 까닭에 매출 규모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가 절실했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정비사업장이 건설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곳들이었다.

경쟁이 치열했던 신반포15차(이하 시공사 선정 위한 입찰 참여 건설사, 삼성물산‧대림산업‧호반건설)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삼성물산‧대우건설), 신반포21차 등이 위치한 반포 일대는 강남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가장 활발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이다.

3.3㎡당 매매가가 1억원에 육박한 만큼 이 일대 재건축 단지 시공권을 확보하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갖춤과 동시에 해당 건설사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남3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 채신화 기자)

가장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3구역(재개발)은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해 강북 최대 규모인 이 사업장은 지난해 과도한 특화설계와 사업비 지원 등으로 인해 국토부 제재를 받은 이후 입찰제안서를 중심으로 경쟁이 펼쳐졌다.

특히 한남뉴타운 가운데 사업 진행 속도가 제일 빨라 향후 이 일대 사업장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역 수주 경쟁에서 시공권을 확보하면 브랜드 인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다른 사업장 수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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