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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부동산감독원' 말 많은 이유

  • 2020.08.14(금) 18:23

집값담합 등 불공정행위 차단 위해 감독기구 신설 검토
계속되는 규제·쏟아지는 대책에 '옥상옥' 우려도

# 어스름 깔린 어느 저녁 불꺼진 A부동산에 집주인과 매수자, 공인중개사가 모였다. "빨리하고 끝냅시다." 공인중개사가 실거래가보다 3000만원 낮춰 아파트 매매가를 기입한 다운계약서를 건네자 집주인과 매수자가 재빨리 서명을 했다. 순식간에 계약서 처리를 마친 이들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문이 활짝 열렸다. "꼼짝마! 부동산 경찰이다!"

'부동산감독원'(가칭)이 출범한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습니다. 아주 극적인 상황이긴 하지만요. 수사권한을 가진 부동산 감독 기구가 나오면 이렇듯 불공정행위를 한층 더 강하게 단속할 수 있을것 같은데요. 

언뜻보면 부동산 투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지금의 시장에 꼭 필요한 제도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도 감독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조성된 모습이고요. 하지만 새로운 감독기구 출범에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불이꺼진 공인중개소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불법행위대응반보다 더 크고, 더 세게

부동산감독원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본격 검토되기 시작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 정권 들어 23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수도권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감독 기능을 강화해 투기 세력을 뿌리뽑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현재 부동산 감독기구로는 지난 2월 출범한 범정부 상설기관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부동산 대응반)이 있는데요. 국토부 공무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파견직원 등 총 14명으로 구성돼 인력이나 기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성과도 미미합니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 대응반이 지난 2~7월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중 증거 불충분이나 무혐의로 종결된 건수가 55건(50%)에 달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별도의 기구인 부동산감독원을 설립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시장에 금융감독원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엔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조사·감독한다는 거죠. 

아직 조직의 형태나 규모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는데요. 

시장에선 부동산감독원이 부동산 대응반을 '벤치 마킹'해 실거래 위반, 불법전매, 집값담합, 시세조작 등 부동산 교란행위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기구 형태로는 금감원처럼 공공기관 성격이 있지만 자체 권한을 갖고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하는 '반민반관' 기구가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총리실 산하로 두거나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고요. 인력 규모도 100명 정도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으로 행정공무원중 고발권뿐만 아니라수사권도 부여) 업무도 가능해 보이는데요. 여당은 그보다 한층 더 강력한 '강제조사권' 부여도 검토하는 모습입니다. 

◇ 규제, 또 규제…"차라리 설명원을 만들지"

하지만 감독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부동산에 여러 규제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큰 분위기입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카페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의 교란행위도 집중 점검하겠다고 하면서 거부감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인터넷 카페, 블로그, 채팅방 등을 통한 수요자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한데요. 일일이 감독한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규제의 피로감도 점점 심해지는 모습입니다. 현 정권에선 거의 1~2개월에 한번꼴로 대책이 나오면서 수시로 바뀌는 정책을 일일이 따라가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싶어도 소관부서와 전화통화도 하늘의 별따기고요.

이에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부동산감독원이 아니라 부동산설명원이 나와야 할 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실효성 논란도 이어집니다.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부동산 대응반을 벤치마킹한다는 점도 불안하고요. 부동산 시장 상설 감독기구는 외국 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렵거든요. 싱가포르의 주택관리청이나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 등이 유사사례로 언급되지만 역할이나 성격이 조금씩 달라 같은 선상에 두기엔 적합하지 않고요.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감독원은 불법, 탈법, 위법을 잡겠다는 건데 일반 수요자들은 집 거래를 평생 몇 번 안 한다"며 "결국 일부 투기꾼 때문에 꽤 큰 규모의 조직을 새로 만든다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감독원이 출범해도 강남이나 광역시, 대도시 등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감독을 할텐데 이렇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을 감독하는 것도 기준이 모호하고 현 시대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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