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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부동산]중개수수료만 1000만원…서비스는요?

  • 2020.09.17(목) 09:26

11억원 집 중개수수료만 980만원…집값상승 따라 '훌쩍'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정보 확산에 중개사 의존도 떨어져

2015년 3분기 서울 마포 공덕래미안 2차 전용 59㎡ 실거래가 5억1000만원, 중개보수(수수료) 204만원. 같은 단지 내 동일 평형 2020년 7월 실거래가 10억9000만원, 중개보수 981만원.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집값이 크게 올라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집값에 연동하는 중개수수료 부담도 만만찮게 늘어난 까닭이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중개 서비스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프롭테크 등 IT 기술이 부동산 업계에 진출하고 다양한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들도 중개사 못지 않게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중개사 의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개 서비스에 대한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서비스 만족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개수수료체계 개선 검토를 시사하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및 거래 성사를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발품, 정보에 대한 가치 또한 인정해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중개 수수료 어떻기에?

2014년 11월 정부는 주택 매매의 경우 6억~9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등의 중개보수 요율 체계를 개선했다. 이는 2000년 1월 '부동산 중개수수료 및 한도 등에 관한 조례 준칙'으로 중개보수 한도가 변경된 후 14년여 만이다.

이전 요율 체계로는 6억원 이상인 주택이 '고가주택'으로 중개보수 요율이 최대 0.9%가 적용되고 있어 구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2014년 이후 9억원 이상은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최고 요율(0.9%)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집값은 또 다시 급등하며 이제 9억원 이상 주택은 더 이상 고가주택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미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787만원(KB부동산 시세, 7월 기준)에 달한다. 서울의 상당 수의 주택이 최고 요율을 적용받게 된 셈이다. 9억원인 집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만 810만원이다.

국내 중개보수 요율은 집값에 연동되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따라 (만약 같은 요율을 적용하더라도) 자연스레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중개보수 요율도 함께 올라가는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앞선 공덕래미안 2차의 사례처럼 집값이 5억원일 때 중개보수 요율은 최대 0.4%를 적용하지만 이 집이 11억원으로 오르면서 요율은 0.9%를 적용, 중개보수가 4배 이상 폭증하게 된다.

◇ 수수료 올랐지만 서비스는 '제자리 걸음'

이처럼 거액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체감하는 중개서비스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통상 매수 의뢰자가 공인중개사를 찾아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를 말하면 중개사들은 해당 조건에 맞는 매물을 의뢰자에게 추천한다. 의뢰자가 집을 사기로 결정하면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해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중개사는 안전한 거래를 돕고 매수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등기부등본 등 중개대상물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해 매수자에게 설명하고 조언한다. 근저당권 설정(담보대출 등)과 해소 여부 등 해당 매물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전문적 역할을 하게 된다.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일 역시 중개사의 몫이다.

중개대상에 대한 잘못된 확인과 설명으로 매수자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면 중개업자는 일정 부분(1억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이런 중개 서비스가 중개보수를 많이 내는 비싼 집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상승과 함께 늘어난 중개보수에 불만이 쌓인 이유다.

과거 중개보수 요율 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중개업계 간 첨예한 대립으로 중개업자들의 상경 투쟁이 이어진 바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프롭테크·커뮤니티 등장, 중개사 '의존도' 떨어져

중개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데엔 가격요인뿐 아니라 대외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업계에도 프롭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매물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작년 말 수도권에서 주택을 매입한 직장인 A씨는 "부동산 매물 정보제공 앱(App)을 통해 이사하려는 동네에서 원하는 가격대의 단지와 평형을 찾고, 해당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 추이와 거주 환경에 대한 입주민들의 댓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중개사로부터 여러 조언을 받기도 했을 테지만 거래와 관련한 상당 수의 정보를 중개사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란 점에서 과거 중개사에게만 의존했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등기부등본 역시 누구나 손쉽게 뗄 수 있고 해당 매물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서비스를 받으면서 손에 받아보는 서류가 몇장 안되다보니 수수료를 비싸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개사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아 확인하는 사항이 있고, 중개대상물에 따라 등기부등본 뿐 아니라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등 검토해야 할 서류들이 다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 매물일수록 중개사들이 제공하는 매물 정보의 가치가 큰 것은 물론 중개 업무에 대한 책임도 늘어난다"며 "매물 정보에 대한 가치와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중개사들의 활동 등이 모두 보수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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