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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부동산 민심' 노형욱의 무거운 어깨

  • 2021.05.16(일) 08:00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마무리 투수 역할 해야
공급대책 실현‧실수요자 위한 정책 개선 시급

"임기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 관련 기사에 이같은 댓글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난 4년간 정부가 25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고,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만 사라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댓글은 정책 불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렇기에 신임 국토부 장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아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 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 등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야 하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의 과제는 산적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사진=국토교통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노형욱 장관은 후보 지명 직후부터 집값 안정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에도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 확대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기 위한 새로운 대책 마련보다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2.4대책 등 공급대책 등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인천계양과 남양주 진접2지구 등을 시작으로 연내 네차례에 걸쳐 사전청약을 통해 3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심복합개발사업 선도사업 지역 중 6곳은 예정지구 요건인 주민동의 10%를 확보하며 예상보다 주민과 지자체 호응이 높다는 평가지만, 최종 사업지구 지정 등을 위해서는 후속 입법절차를 비롯해 주민동의 3분의2 이상 확보 등 속도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남은 임기가 길지 않아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에 발표한 공급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력하는 게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라며 "2.4대책 관련해서도 공공재개발과 도심복합고밀개발 등 여러 선도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는 등 대책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형욱 장관이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정책 조율과 협력 등에 능력을 보였던 만큼 민간시장에서의 주택 공급 활성화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노형국 장관은 취임사에서 "공공 주도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선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 노형욱 장관과 오세훈 시장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공급은 대통령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빠른 공급을 위해선 공공 뿐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도 활성화되도록 지자체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역시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뿐 아니라 민간을 통한 다양한 사업이 필요해 서울시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장관은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일부 정책 개선 추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실수요자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시사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LTV 비율 상향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인만 소장은 "집값 안정을 위한 획기적 대책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실수요를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대표는 "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와 1주택자 갈아타기 등을 위한 금융규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선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준석 교수는 "지금까지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을 늘렸는데, 이로 인해 매물 순환이 안 되고 늘어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졌다"며 "정책 부작용이 나타났던 부분은 과감히 방향을 수정해 양도세나 보유세 부담 완화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8.4대책에서 발표한 태릉골프장과 과천정부청사 부지 등 수도권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 실현을 위한 지역민들의 반발을 풀어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4일 청문회에서도 언급됐던 GTX-D노선 등 수도권 서부권역 교통망 확충도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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