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땅 투기' 사태가 불거진지 3개월 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이 나왔다.
투기 등 불공정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조직의 기능과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내부 통제 기능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신도시 조사기능을 국토부에 회수하고 정원의 20% 이상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재산등록 대상자도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LH 임직원의 투기 등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준법감시관 제도도 만든다.
관심이 모아졌던 조직개편안은 당정협의서 결론을 내지 못해 추후 의견 수렴을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
입지조사권 넘기고 인력 줄이고 '조직 다이어트'
국토교통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LH 직원의 토기 투기의혹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민간 전문가 및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LH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151명의 LH 전·현직 직원과 친인척 등의 부동산 투기혐의가 적발되고 현장에서의 갑질, 퇴직자 전관예우 등의 악습이 드러났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공정하고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결과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혁신안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LH 혁신안에는 △투기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비핵심기능 분산 및 인력감축 △퇴직자 전관예우, 갑질행위 등 악습 근절 △방만경영 관행 개선 및 성과급 환수 등이 담겼다.
우선 과도하게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해 주거복지 기능을 중심으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한다. 계획업무는 국토부가 직접 수행해 정보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주택공급과 주거복지 등 핵심업무와 관련이 적은 업무들을 대폭 정리해 본사조직 9본부 체제를 6본부로 줄인다.
타기관 기능중복 업무는 이관한다. 시설물성능인증 업무와 안전영향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정보화 사업 중 LH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사업 외에는 국토정보공사 또는 부동산원으로 이관한다.
지역수요에 맞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 도시ㆍ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은 지자체로 이양하고, 리츠 사업 중 자산의 투자ㆍ운용 업무는 부동산 금융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을 활용한다.
기능 조정에 따라 1단계로 약 1000명의 직원을 줄이고,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지방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지방조직에 대해서는 정밀진단을 거쳐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추가 감축한다.
2020년 경영평가 시 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엄정하게 평가하고,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해당연도 평가결과 수정을 통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조치하도록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앞으로 3년간 기관장 이후 간부직 직원의 인건비를 동결한다.
내부통제는 이중 삼중으로…조직개편은 아직
땅 투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 장치도 강화한다.
토지를 부당하게 취득할 수 없도록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인 9643명으로 확대한다. LH 전 직원은 실제 사용하거나 거주하는 목적 외에는 토지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실수요 목적 외 주택‧토지 소유자는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한다.
임직원이 보유한 토지현황을 신고하고 관리하기 위한 임직원 보유토지 정보시스템을 마련하고, 신도시 등 사업지구를 지정할 때 지구 내 토지소유자 정보와 임직원 보유 토지 정보를 대조해 투기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한다.
불법투기를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준법감시관제도(외부전문가 선임) 도입한다. 외부위원 중심의 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해 감시시스템을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갖추도록 했다.
누구나 손쉽게 불법 투기를 신고할 수 있도록 준법감시위원회 산하에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부당이익에 대한 환수 결정이 된 경우엔 환수액에 비례하는 포상금을 신고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퇴직자들에 대한 전관예우의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고위직 직원까지 취업제한 대상을 확대(7명→529명)하고, 퇴직자가 취업 또는 창업한 기업과 5년 내 수의계약을 금지한다.
정부는 이번 혁신안을 발표 후 즉시 착수하고 투기재발방지 관련법령들은 신속하게 개정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조직개편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정협의 등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공청회 등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조속히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토지와 주택‧주거복지 분리 △토지와 주택 수평분리 △주거복지는 모회사로 토지‧주택은 자회사로 두는 3개 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