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또 다시 부동산 시장 안정 총력전을 선언했다. 지속되는 시장 불안이 막연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등 심리적 요인이 커 이를 제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고, 시장교란 행위도 집중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주택공급 역할을 맡은 국토교통부의 경우 수도권 도심 내 유휴부지 주택공급 불확실성을 없애고, 2.4대책 등의 개발부지도 사전청약을 추진해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홍남기 "수급보단 심리적 요인이 원인"
홍남기 부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먼저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사과하며 정책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던 집값과 전셋값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여 관계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우리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하며 지금 가장 절박하고 최우선적 정책과제"라고 말했다.
시장 불안 원인으로는 주택공급 부족 등 수급 문제보다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요인이 크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물량은 전국 58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인 반면 올해는 각각 46만가구와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을 유지해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지는 않다"며 "지금까지 공공택지 지정실적 등을 바탕으로 보면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도 지난해 33만 세대가 늘어났던 수도권 세대 수가 올 1~5월은 작년 절반인 7만 세대 증가에 그치고 있어 주택수급 요인만이 현 상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는 수급이 아닌 심리적 요인과 시장교란행위 등에서 시장 불안 원인을 찾았다. 불안 심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한 주택공급과 시장교란행위 근절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과잉유입도 관리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기존 주택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적인 택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금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이내로 관리하는 가운데 4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등은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연중 단속하겠다"고 설명했다.
"10년간 수도권 31만 가구, 1기 신도시 10곳 공급과 비슷"
당장의 주택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등은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심리 때문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그런 만큼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이전보다 공급 시점을 앞당기고 물량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3기 신도시 입지와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계획을 내달 중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3기 신도시 등 이미 발표한 공공택지 지구는 연말까지 24만가구의 지구 계획을 모두 확정하고 아직 발표하지 못한 13만가구의 잔여 택지도 8월 중 구체적인 입지와 물량을 공개할 것"이라며 "과천청사 대체지와 태릉골프장 등도 8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고 연내 지구지정 등 인허가 절차에 신속히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토부는 공공택지 공급주택 중 민영주택 물량과 2.4대책을 통한 주택공급 물량도 사전청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내 민영주택 물량은 전체 공급량의 40% 정도에 해당된다.
2.4대책은 사업후보지 52곳 중 31곳이 예정지구 지정요건을 갖췄고 관련 법 시행 직후 예정지구는 물론 본지구 지정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2.4대책을 통한 주택공급 물량 중 공공분양의 경우 일반공급 비중을 높이고(15%→50%) 일부는 추첨제로 공급할 예정이라 특별공급 대상이 아닌 무주택 중장년층과 청년층도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
노형욱 장관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 31만가구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며 "이는 압도적 물량으로 시장과열을 진정시킨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총 건설물량 29만호를 넘어선 규모로 향후 수도권에 1기 신도시 10곳 이상이 새로 건설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집값 떨어진다" 또 한 목소리
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장관은 이날도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고를 이어갔다.
홍 부총리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9~18%가량 떨어지며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실제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과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러 국내기관 뿐 아니라 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 조정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시행하고,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 점진적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22일 KDI가 부동산 전문가 패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됐다고 답한 만큼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과 유동성, 객관적 지표 등을 감안해 진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노형욱 장관도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가계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대규모 주택공급이 차질없이 이러지면 주택시장 하향 안정세는 시장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