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결국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올해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기존 계획대로 작년 수준에 동결하기로 하면서다. 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집값이 폭등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안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여야가 정부안보다 완화 강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세금 완화 방안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주요 제도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요구와 엇갈린 2021년 수준 동결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17.22% 상승한다고 23일 발표했다. 다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1가구 1주택자가 대상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가 크게 올라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대책이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이 올랐지만 보유세를 전년 수준으로만 부담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 고령자의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납부를 유예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관련 기사:1주택자 보유세 작년 수준 유지…다주택자는 '폭탄'(3월 23일)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가 여당과 새 정부의 입장과 다른 방안을 내놨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보유세를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방안은 기존 계획을 그대로 내놓은 셈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2020년 수준 동결'을 공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최근 윤 ·당선인 측과 같은 입장으로 급선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부가 기존 구상보다 더욱 완화한 방안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여지 남긴 정부 "국회·인수위와 지속 협의"
정부 역시 이런 기류를 고려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를 지난해 공시가로 산출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 확정안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령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여야가 정부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지 않고 더욱 완화한 방안을 마련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아울러 정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이를 채택하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방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만큼 새 정부가 5월 출범 이후 추진할 여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민주당도 급선회…보유세 '도로 2020년'?(3월 21일)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한 안에 대해서는 인수위에 보고하고 소통했다"면서도 "추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인수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세와 관련한 논의는 과세 기준일이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오는 6월 1일까지 정치권에서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개편·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오는 6월 1일 과세 기준점이나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 즈음에 현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과 보유세에 적용하는 공시 가격 수준을 2020년으로 돌리는 등의 방안 및 다주택자 관련 조치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시적인 방안 외에 근본적인 처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방안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일시적 조치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 대한 더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2년의 공시 가격도 크게 올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